《창가의 오후, 판화처럼》
햇살은 조용히 창틀을 넘어 책상 위로 내려앉았다.
따뜻한 빛은 식물 잎을 따라 흘러내리고, 물컵에 비친 하늘은 마치 창밖을 닮은 또 하나의 풍경처럼 고요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 피어난 꽃을 그리고 있었다.
화폭 대신 펼쳐진 책 속에,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천천히 색을 입고 있었다.
이 방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정원이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푸른 언덕과 들판은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는 자연의 목소리고,
책상 위에서 자라나는 화분의 꽃들은 계절을 가르쳐주는 조용한 교사 같다.
그 사이, 나는 색연필을 들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마치 오늘이라는 페이지를 조심스레 색칠하는 것처럼.
사진기를 옆에 두는 이유는, 어느 순간 흘러가는 빛과 마음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다.
늘 완벽하진 않아도, 그런 순간들을 기억해두는 건 삶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그리고 있다.
어떤 이는 글로, 어떤 이는 노래로, 그리고 나는, 이렇게 조용한 오후의 채도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바람이 커튼을 스치면 가끔 꽃잎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마치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이 작은 책상은 내 마음의 창문이 되어 준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다시 그려본다.
⸻
당신의 하루는 어떤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나요?
이 조용한 오후처럼, 당신의 마음에도 따뜻한 빛이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선 하나,
그 위로 마음이 걸어간다.
꽃은 피어 있는 듯
멈춰 있었고
바람은 창틀 안에서
숨을 죽인 채 머물렀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천천히,
삶을 눌러 찍는 듯했다.
연필은 눕고,
책은 펼쳐지고
카메라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간 시간을 바라봤다.
이 조용한 공간엔
말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묵묵히 자라난 화분,
햇살 속에 잠긴 물컵,
손 닿지 않은 그림 도구들.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의 윤곽을 따라
하루라는 도안을 판에 새긴다.
검은 선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