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나의 심정: 의미, 왜, 어떻게

2. ‘의미’의 상실 속에서 의미를 묻는 시대

by 김기수


2. ‘의미’의 상실 속에서 의미를 묻는 시대


우리는 지금, 무언가 거대한 틀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의미’라는 이름의 구조물이다.

한때 우리는, 삶이란 과정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공부하고, 직장을 얻고, 가족을 이루고, 노년을 준비하며 살아간다는 단순한 인생 경로 안에는 나름의 질서와 방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경로는 깨어지고, 표준은 사라졌으며, 각자의 삶은 제각기 흩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 질문은 오히려 낯설고 무겁게 다가오며, 때론 회피하고 싶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의미’는 단순히 철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이며, 하루를 견뎌내는 동력이다.

의미 없는 노동은 피로를 낳고, 의미 없는 관계는 허무를 낳으며, 의미 없는 사회는 고립을 낳는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무기력과 우울,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정서적 위기는 단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적으로 ‘의미’를 잃어버린 사회의 모습이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정보와 속도의 폭발이다.

디지털 세계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마저 없애버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와 ‘비교’를 마주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무엇이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뉴스와 콘텐츠, 소셜 피드에 노출되며,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당한다.

타인의 ‘성공적인 삶’은 내 삶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그 결과 의미의 기준은 외부에 내맡겨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소속감의 약화도 의미의 붕괴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 종교, 학교와 같은 안정된 소속이 우리에게 정체성과 의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공동체가 해체되고, 인간관계는 점점 더 얕고 가벼워지고 있다.

누구나 수십 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지만, 진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관계’는 곧 ‘피로’로 느껴지고, 깊이 있는 연결 대신 표면적인 반응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도,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도 사라져 간다.

이렇게 혼자가 되는 가운데, 삶은 점점 그 무게를 잃어버린다.


의미는 때때로 고통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조차 유의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통은 회피하거나 무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슬픔이나 아픔은 SNS에서조차 보여줘선 안 되는 감정처럼 취급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소외시키고,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삶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무언가로 변해버린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내면의 질문은, 점점 더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의미는 더 이상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처럼 종교, 국가, 가족이 자동으로 의미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삶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자문하고,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내 마음의 의지를 담아 실천하는 삶.

그것은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내가 나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간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에도 그것을 ‘쉼’이라 이름 붙이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한마디의 말 속에도 진심이 담긴다면, 그것은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의미란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 속에서 우리가 부여하는 태도와 해석에 달려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의미는 늘 질문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이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라는 자문은 혼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의미를 묻는 존재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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