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7일

아무것도 아닌 듯, 아주 많은 하루

by 김기수

2025년 6월 7일 — 아무것도 아닌 듯, 아주 많은 하루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이 조금 무거워지는 날.

어디 나가고 싶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멍하니 앉아 있는 게 더 나은 날.


오늘이 그랬다.

무슨 생각을 한 것도,

아무 결심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저, 멍하니 가만히 있는 그 시간이

어딘가 나를 다독이는 듯했다.


밖은 여름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햇살은 길게 쏟아지고,

바람은 조금은 뜨겁다.

창밖 소음을 멀리 들으며

나는 베란다 창문 너머로 드리운 빛을 한참 바라봤다.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는 많은 감정을 통과했다.

그리움 같은 것도 있었고,

왜인지 모를 후회도 잠깐 있었다.

그러다,

그 모든 감정이

결국은 ‘괜찮아’라는 말에 조용히 닿았다.


오늘 하루는

누가 봐도 별일 없었지만,

내 안에서는 꽤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었다.

조용히, 천천히,

지금의 내가 조금씩 정리되는 중이다.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종종 나를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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