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여름이 문을 두드렸다.

by 김기수

6월 8일, 여름이 문을 두드렸다.


창밖의 나무 잎들이 축 처진 내 마음을 대변하듯 미동도 없이 늘어져 있다.

날씨 앱은 ‘30도’, 체감은 그보다 더. 뜨거운 공기 속을 헤엄치듯 걸어 다니다

보면 어느새 어깨가 축 쳐지고, 머릿속은 뿌연 안개가 낀 듯 멍해진다.

이런 날에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쳤다 말할 수 있다.


점심을 고민하던 찰나, 머릿속에 찬바람이 불었다.

바로 냉면. 시원한 육수에 가늘게 뽑힌 면발, 살얼음 둥둥 띄운

그 한 그릇의 상상만으로도 순간적으로 더위가 잠잠해졌다.


가까운 냉면집에 들러 주문한 물냉면 한 그릇.

차가운 그릇이 손에 닿는 순간부터 이미 만족은 시작되었다.

첫 젓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혀 끝에 퍼지는 청량감. 고명으로 올라간 오이와 배,

그리고 식초 한두 방울의 산뜻함이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작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냉면 한 그릇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냉면 한 그릇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다.


여름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는 그 시작을 냉면으로 받아들였다.


산문시 — 냉면의 계절


오늘, 6월 8일

여름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에어컨은 아직 틀지 않았지만,

몸이 먼저 알아챘다.

땀은 이마에 맺히고,

생각은 느려지고,

기운은 낮게 깔렸다.


그때,

뇌 속에서 ‘차가운 것’이 번뜩였다.

얼음 동동,

그 위에 실한 면발이 착—

육수 한 입에

온 세상이 쿨링되는 상상.


냉면을 먹어야겠다.

무조건,

지금,

당장.


식초를 톡,

겨자를 쓱—

그렇게 만들어진 내 한 그릇의 피서.

첫 젓가락을 입에 넣자,

여름이

맛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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