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쓸쓸함에 대하여

by 김기수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가끔은 사람 많은 카페 한구석에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쓸쓸함이 스며든다.

분명 혼자가 좋은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듯한 감정. 우리는 왜 그런 쓸쓸함을 느끼는 걸까?


쓸쓸함이라는 감정


쓸쓸함은 외로움과 닮았지만, 전혀 다르다.

외로움은 누군가의 부재에서 오는 감정이라면, 쓸쓸함은 존재 자체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말없이 스며들고, 낙엽처럼 가볍고도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그건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만 오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조차도 느껴진다.

불 꺼진 방 안에서 가만히 누워 있을 때,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밤거리에서,

또는 오래된 사진을 꺼내볼 때. 쓸쓸함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를 찾아온다.


왜 우리는 쓸쓸한가


1. 관계 속의 고독


인간은 누구나 연결을 갈망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마음 깊은 곳까지 나를 이해해주는

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더 외롭고 쓸쓸하다.

표면적인 대화는 많아졌지만, 진심을 나누는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잘 지내?’라고 묻고 ‘응, 잘 지내’라고 대답하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말 못한 마음들이 가득하다.

그런 어긋난 소통 속에서, 쓸쓸함은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2.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질 때


쓸쓸함은 단지 타인의 부재에서 오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졌을 때도 생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서 멀어진다.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고, 삶의 의미가 희미해진다.

그리고 그 틈으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쓸쓸함이 스며든다.


3. 현대 사회의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있다.

SNS로 수십 명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면서도, 정작 깊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현실.

“좋아요”와 이모티콘 속에 감춰진 진짜 마음은 종종 잊히고 만다.


현대인은 자주 묻는다.

‘나는 혼자인가, 아니면 그냥 쓸쓸한 건가?’


쓸쓸함,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감정


문학은 쓸쓸함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모두 쓸쓸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슬픈 감정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결국 우리는 각자의 길을 혼자 걷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가끔 멈춰 서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쓸쓸함이다.


그 감정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쓸쓸함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기억할 수 있다.

쓸쓸함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게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쓸쓸해야 한다


쓸쓸함은 삶의 공백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다시 마주하게 하는 감정이다.


가끔 쓸쓸한 날이 찾아올 때, 우리는 그것을 억지로 지워버리기보다는,

조용히 바라보고, 천천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쓸쓸함 속에야말로, 우리가 진짜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마치며.

쓸쓸함은 외면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껴안아야 할 감정이다.

혼자 있을 때 오히려 충만해질 수 있고, 마음이 고요할 때야말로 가장 깊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 쓸쓸함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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