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의 일기 – 가을의 아침을 기다리며

by 김기수

6월 19일의 일기 – 가을의 아침을 기다리며


1. 서론 – 가라앉은 시처럼


여름이 내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 태양은 날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매 순간 나를 지배한다.


공기는 무겁고,

나뭇잎조차 바람 없는 하루 속에서

가쁜 숨을 쉰다.


나는 오늘 병원을 오가며,

낡은 건물의 복도에 서 있었다.

긴 벽, 흐릿한 조명,

그리고 말없이 앉은 사람들.


누구도 웃지 않았다.

기계음과 서류 넘기는 소리 사이로

나는 나의 무기력함을 껴안았다.


마음속에서부터

우울이 자라났다.

내 속을 가득 채운

짙은 구름 같은 감정,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손글씨처럼

내 하루에 스며 있었다.


**


괴롭다.

그 한마디가 오늘의 진실이었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어떤 시선도 감당하기 어려운 날.

그저 누군가,

나에게 찬물을 끼얹어 주었으면 했다.


아주 차가운 물,

가슴속까지 식혀줄 그 한 순간의 충격이

이 모든 더위와 답답함과 어지러움을

씻어주길 바랐다.


그 찬물은 물리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단 한 줄의 시,

단 한 사람의 시선일 수도 있다.


“괜찮아요.”

그 말 한마디면

내 안의 불꽃이 꺼질 수도 있을 텐데.


**


2. 중론 – 희망의 문턱에 서서


하지만,

희망은 이상하게도

가장 무너진 순간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나는 병원에서 나와

햇살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어느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내 옷깃을 스쳤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가을의 아침을 떠올렸다.


맑고 차분한 공기,

손끝에 느껴지는 선선함,

햇살이 부드럽게 말 걸어오는 계절.


지금은 여름의 오만함 속에 있지만,

언젠가 다시,

가을은 올 것이다.


**


내 마음도 가을을 닮고 싶다.

지금은 뜨겁고 어지럽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감정이 가라앉아

투명해지기를 바란다.


내 안에 아직 남은

작은 평화의 씨앗이

무더위 속에서도 숨 쉬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 희망은

크고 강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한 조각의 숨결 같은 것.


**


3. 결론 – 그래도, 힘찬 하루


오늘 하루가

다시 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지쳐 있지만,

그래도 하루를 살아냈다.

땀을 흘렸고,

아팠고,

마음이 흔들렸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타고르가 말했듯,


“밤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 빛난다.”


오늘의 어둠이 짙었기에

나는 내 안의 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별은

내일도 나를 비출 것이다.

조금 흔들릴지라도,

나는 그 빛을 따라

내일을 향해 다시 나아갈 것이다.


**


6월 19일,

나는 오늘 괴로웠고,

무더위에 눌렸으며,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에 이르러

하루의 끝을

**‘살아냈다’**는 사실에

작은 박수를 보낸다.


오늘의 나,

아무것도 이기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


내일,

조금 더 선선한 하루가 되기를.

내 마음에도

가을의 아침이 찾아오기를.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

조용히 나를 쓰다듬는다.


괜찮아.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정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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