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달콤하다

태양을 바라보는 하루의 의미

by 김기수


아침에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공기가 아니라 빛입니다.

밤새 어둠에 잠겨 있던 방 안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햇살은 말없이 하루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빛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금 따뜻하게 합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를 알고 있었던 친구처럼, 빛은 늘 같은 방식으로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히브리어 성경의 전도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빛은 달콤한 것이니, 눈으로 태양을 보는 것이 좋다.”


이 말은 단순히 햇빛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 자체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삶을 무겁게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들, 해결해야 할 문제들, 마음속에 쌓여 있는 걱정들 때문입니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피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도서의 이 짧은 문장은 아주 단순한 사실 하나를 조용히 알려 줍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일이다.”


빛이 달콤하다는 표현은 참 이상합니다. 빛은 맛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대의 지혜로운 사람은 빛을 ‘달콤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다는 감각, 숨 쉬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눈을 들어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입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습니다. 젊음도, 시간도, 어떤 관계들도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지나간 것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합니다. “그때 조금 더 잘했더라면”, “그때 조금 더 사랑했더라면” 같은 생각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전도서는 지나간 시간에 머물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단순한 장면을 보여 줍니다.

한 사람이 조용히 서서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그 사람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햇빛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 삶의 본질을 보여 줍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순간 속에서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먼 곳에서 찾습니다. 더 좋은 날,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조건 속에서 행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빛은 늘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처럼, 삶의 기쁨은 이미 우리 곁에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태양을 본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가장 조용한 고백입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따뜻한 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하나의 선물입니다.


그래서 전도서는 빛을 달콤하다고 말합니다. 그 달콤함은 설탕 같은 맛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기쁨입니다.

우리가 너무 바빠서 잊고 있을 뿐, 삶은 본래 그런 감각을 품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햇빛을 바라보는 것. 창문 밖의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는 것.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태양을 볼 수 있구나.”


그 짧은 깨달음 속에서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집니다.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도,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빛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여전히 태양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가 시작됩니다.

빛이 달콤하다는 그 오래된 문장처럼,

살아 있는 하루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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