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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 / 시 다섯 가지

흘날리기 위해 존재하는 꽃

by 김기수

흩날리기 위해 존재하는 꽃, 벚꽃


1. 벚꽃은 흩날리기 위해 존재한다


바람이 불어오면 벚꽃은 더 이상 머물지 않는다.

붙잡으려 하면 스르르 빠져나가고, 손끝에 닿기 전에 멀어져 간다.

누군가는 아쉬워하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하지만,

벚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흩날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벚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사라지더라도, 그 순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남긴다.

흩날리며 세상을 물들이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피어난다.


마치 사랑처럼,

마치 우리의 청춘처럼.



2. 벚꽃, 머물지 않기에 더 찬란한


벚꽃은 오래 피어 있는 꽃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피어나지만,

그 누구보다 빠르게 지고 만다.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우리가 벚꽃을 기다리는 이유도,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잠시뿐이라서 더 아름답고,

곁에 오래 머물지 않기에 더 애틋하다.


벚꽃이 영원히 진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이토록 간절히 바라보게 될까?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들도 그렇다.

오래 머물지 않았기에,

더 깊이 가슴에 새겨지는 기억들.


그래서 벚꽃이 피는 계절은,

단순한 봄이 아니라 기억의 계절이다.



3. 벚꽃과 우리의 인생


우리도 벚꽃과 닮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을 살다 가는 동안,

우리는 결국 흩날릴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시간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벚꽃이 피어 있는 동안 온 세상을 물들이듯,

우리도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속에, 누군가의 인생 속에

따뜻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흩날리듯,

우리도 우리의 순간을 가장 찬란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났다면,

흩날리는 순간조차 후회가 없을 것이다.



4. 벚꽃이 전하는 말


“나는 머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피어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흩날리기 위해 존재하는 꽃입니다.”


“사랑도 그렇지 않나요?

언젠가 떠날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꺼이 피어나고, 기꺼이 머물고, 기꺼이 흩날리는 것.”


“우리의 청춘도 그렇지 않나요?

오래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찬란하고 뜨겁게 빛나는 순간.”


“그러니, 머뭇거리지 마세요.

당신의 순간을 살아보세요.

벚꽃처럼,

피어나고,

흩날리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피어나는 존재가 되어보세요.”



5. 그리고, 당신에게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에 당신을 떠올립니다.

함께 걸었던 꽃길, 서로 바라보던 눈빛,

손끝에 내려앉던 작은 꽃잎까지.


지금 이 순간도 결국 지나가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언젠가 흩날릴 테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뜨겁게 살아야 합니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당신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살고 있길 바라요.


흩날리기 위해 존재하는 당신의 모든 순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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