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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l 20. 2023

향수로 느끼는 향수

퍼퓸으로 느끼는 노스탤지어

아는 사람은 아는 건데 향은 과거를 추억하고, 오늘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학창시절 내게 향기를 둘러주시던 어머니의 애정이 담긴 교복과 체육복에도. 스무살 새내기의 어수룩함이 묻어나던 주름 가득한 티셔츠에도. 손꼽아 휴가만을 기다리던 군인의 빳빳한 전투복에도. 군 생활 꼬박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장만한 외투에도. 당장 내일 입으려고 걸어둔 재킷에도. 쌓여가는 공병이 나와 함께한 시간을 증명하는데, #블랙베리앤베이 는 내 하루에 향긋함을 더하는 최고의 선택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익숙할 테지만 그렇다고 널 놓을 순 없을 거다. 대중적인 네 존재로 취향을 드러낸다는 게 상당한 무리수지만 취향 표현은 다른 놈으로 하고 널 택하겠다. ’과일 향과 우디 사이의 어딘가‘라는 네 매력에 빠져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겠더라.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듦과 동시에 본질과 깊이를 양지로 끄집어냈다. 그 뎁스란 건 경험과 인간 행동에서 비롯되는 인문학. 쥐스킨트를 인용하자면 향은 인간의 필수 메커니즘인 호흡과 뗄 수 없는 존재. 살고자 하는 이라면 향을 피할 순 없을 거라고. 코끝에서 대뇌로, 가슴 속으로 들어간 내음은 기호 범주에 따라 구분된다. “향을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자”라는데, 이게 인문학이 아니면 뭡니까.

멈출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건 시간의 속성. 이 소중함을 아름답게 간직하는 데에는 향수만한 게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건 시간뿐. 일시정지와 되감기 버튼 따윈 없지만 추억은 가능하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매일을 기록하고 기억해보길. 그 향긋한 하루들이 쌓여 추억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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