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환 Jul 23. 2023

금세기를 이끄는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 Francis Kurkdjian

마스크가 얼굴의 반 이상을 덮어버린 시점부터 겪은 불편은 셀 수 없지만 그중 하나는 백화점 1층 냄새를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된 것. 냄새라기보단 향기에 가까운데, 좋은 향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중주重奏가 코끝을 간질이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의 변화는 내 코에 자유를 주었다. 주말 나들이로 백화점에 방문해 한껏 킁킁대며 걷던 중 유독 그 원천이 궁금해지는 향이 있어 고개를 돌렸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메종프란시스커정.


며칠 전 선물 받은 킬리안의 ‘쉴드오브프로텍션’ 덕분에 후각이 예민의 극치를 달리고 있을 찰나, 커정의 향수는 곤두선 감각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직원 추천으로 시향한 ‘아 라 로즈’, ‘724’, ‘바카라 루쥬’ 중 내 선택은 ‘724’.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영감을 받은 ‘724’. 향수는 특별한 날만을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매일의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7일, 24시간의 향기로운 생활을 표현한 ‘724’란 이름도 마음에 쏙 든다. 명확한 정해짐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과 사향과 파우더리한 향의 적절한 조화가 만들어낸 중성성도 마찬가지.


글을 쓰는 지금도 받아온 샘플에 코를 박고 있는데 잔향 역시 흠잡을 데가 없다. 후회되는 건 딱 하나, 직원이 권유한 ‘바카라 루쥬 540’의 착향을 사양한 것.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바카라baccarat의 250주년 축하 기념 향수로 제작된 제품인데, 크리스털이 빨갛게 변하는 온도를 향수 이름에 넣었고, 코끝을 짓누르는 달달한 향이 일품이다.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프란시스 커정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21세기를 대표하는 조향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감각의 향수를 만들어내는 그의 메종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발을 넓히는 중. 아직 매장이 그리 많진 않으니 방문해 보자. 남들 따라 발들이면 이미 늦은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향수로 느끼는 향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