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국

아버지의 등으로 건너간 하루

by 장은경

국민학교 교실의 걸상 옆에는

늘 굵은 못 하나가 녹슨 채 박혀 있었다.

가방을 걸어 두라며 만들어진 못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이들의 가방은 매일 그 못에 걸렸다가

덜컥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교실에는 예순 명이 넘는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수업 전의 짧은 틈새는 늘 분주했고,

그 작은 여백은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다.


“연필 돌리기 하자!”

“공기놀이 하자!”

“가위바위보!”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날도 정숙이와 나는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돌멩이를 하나씩, 둘씩 ‘먹는다’고 하며

손가락으로 튕길 때마다

작은 돌들이 손바닥 위에서 통통 튀어 올랐다.


마지막 단계,

다섯 개를 던지던 순간

그만 돌 하나를 떨어뜨렸다.


“에이, 놓쳤잖아!”

정숙이가 웃으며 내 어깨를 살짝 밀었다.


“어—어—악!”


넘어지는 순간,

가방을 걸어 두던 그 못이

눈과 귀 사이를 스쳤다.


손으로 만지자

피가 손가락 사이로 번져 나왔다.


정숙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교실 안은 순식간에 숨을 죽였다.


달려온 선생님은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꾹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오셨다.

헐레벅떡 달려오신 아버지는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막내야, 괜찮냐?”

손은 따뜻했지만 거친 손 사이로

아버지의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아버지는 나를 업고 말없이 학교 문을 나섰다.

마음이 급한 아버지의 발걸음은

운동장의 흙먼지가 일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의원까지는

걸어서 한참이었다.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 오던 시절이라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등은 땀에 흠뻑 젖었고,

나는 그 등에 얼굴을 묻었다.


의원에 도착했을 땐

해가 저물고 있었다.


“꿰매야겠어요.”

의사의 말에 아버지는 내 손을 더 꼭 잡으셨다.


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올 때마다

“안 하면 안 돼요.”

울음 섞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결국 네 바늘을 꿰맸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내 얼굴에는 작고 희미한 자국이 남았다.


시간이 지나며 옅어졌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은 따라온다.


내 어린 시절의 흔적.

거친 못 하나에도 세상이 무너질 만큼 아팠던 시절.

보건실도, 약도, 충분한 위로의 말도 없었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손과 기다림,

그리고 아버지의 등이 있었다.


며칠 동안 상처는 욱신거렸고,

정숙이는 “미안해…” 하며 사탕을 내밀었다.


그날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짝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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