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속의 선택

침묵으로 지켜낸 신앙

by 장은경

그날은
유난히 비가 세차게 내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굵은 빗줄기가
마당을 가득 채웠고,
빗물은 발목까지 차올라
작은 냇물이 되어 흘렀다.


문틈 사이로 내다보니

아버지가 셋째 언니의 팔을 붙잡고
대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해,
언니는 처음으로 1등을 놓쳤다.
아버지는 그 이유를
교회 때문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아버지의 외침은
빗소리를 뚫고 몇 번이고 퍼져 나갔지만,
언니는 끝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니, 제발 학교라고 말해…
아버지 화나면 어쩌려고…’

어린 마음에 나는 속으로

그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학생은 공부가 먼저지. 신앙은 나중에 해도 돼.”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의 신앙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비는 여전히 쏟아졌고
대문 앞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대답해 봐라 학교냐, 교회냐!”

그 외침은 천둥보다 더 크게
어린 내 마음을 쿵 내려앉게 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이 언니의 얼굴을 가리고,
그 아래로 굳게 다문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던졌지만,

언니는 끝내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그 침묵은
오히려 하나의 대답처럼 느껴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말 대신 비와 눈물만 흘렀다.


그 후 며칠 동안 집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밥상에서도, 잠자리에서도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언니였다.


저녁 무렵,
조심스럽게 아버지 앞에 앉아 언니는 말했다.


“아버지,
제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마음과 지혜로 하는 거예요.

교회에 다니면서도
아버지 말씀 어기지 않을게요.
둘 다 소중하게 지키며 살게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날 밤,
언니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다.
그 눈빛에는 비로소 평온이 깃들어 있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빗소리가 들렸지만,
그날의 비는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더 이상 교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진짜 믿음이란

말이나 모양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내는 마음이라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언니에게 물었다.

그날 빗속에서 왜 대답 안 했어?

언니는 학교라고 말하려는데 말이 안 나왔다고 했다.


그렇다

그날 언니가 끝내 대답하지 않았던 건

두려워서도, 고집 때문도 아니었다.


그날의 침묵은 언니의 것이 아니라,

말 대신 머물러 있던 하나님의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도 그 침묵을 꾸짖지 않으셨다.


마치 그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신 듯,

언니의 침묵과 아버지의 인정 사이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이끄심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성령님의 역사라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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