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미장원
바가지로 만든 언니들의 단발머리
나에겐 언니가 셋 있다.
옛 사진을 펼쳐보면 이상하게도
언니들의 머리는 비슷하다.
단발머리.
어릴 적 우리 집
소막 앞마당은
추운 겨울날에도 햇살이 비추기만 하면
분홍색 큰 보자기를 목에 두른
미장원이 열렸다.
머리를 자를 때 엄마가 들던 건
번쩍이는 미용 가위가 아니라
부엌에서 사용하던 큰 가위였다.
파를 썰고, 김을 자르던 그 가위로
엄마는 딸들의 머리를 잘랐다.
처음엔 조금 긴 단발
조심스레 한 번 자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른쪽이 더 긴가부네?”
“아니네, 왼쪽이 더 긴 것 같은디.”
그렇게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다듬다 보면 머리는 점점 짧아졌다.
엄마의 손님이 된 큰 언니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길지 않은 작은 거울을 앞에 두고
열두 번도 더 돌리라 말하지만
엄마는 비장의 무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바가지.
머리에 바가지를 씌우고
그 아래로 삐져나온 머리만
싹— 잘라냈다.
그렇게 완성된 머리.
세 언니의 단발은 늘 비슷했고,
그래서 더 가족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큰언니는 어디선가
고대,
불에 달궈서 하는 파마를 보고 와서는
정회 언니를 상대로 파마를 시도했다.
큰언니는
아주 진지하게
쇠붙이로 된 빗당 그러니까 부지깽이를 꺼냈다.
불 위에 올려 달군 뒤,
물에 살짝 담갔다가
정회 언니 머리를 돌돌 말아 지지는 방식이었다.
“뜨겁다 싶으면 말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치익—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부엌에 퍼졌다.
“언니, 탄 냄새가 너무 심한데!”
그날의 파마는 실패였다.
정회 언니의 머리는 군데군데 상했고
언니의 마음도 그 머리카락처럼 상해버렸다.
대신 그날 저녁,
엄마는 언니 머리를 조금 더 짧게 다듬었다.
그 머리는 바가지보다 더 짧아져 버렸다.
그 이후로
우리 집에서 파마 이야기는 조용히 사라졌다.
엄마는 가위 하나로
네 딸의 머리를 키웠고,
실수 속에서도 머리카락은 자랐다.
지금도 단발머리를 보면
바가지를 씌운 우리 머리와
부엌 가위를 들고 서 있던
엄마의 뒷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엄마는 미용사가 아니었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미장원의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