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시원하다." 치킨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 후의 탄성. "아~ 좋다~" 삼겹살을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소주 한 잔.
그런데 그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 덩달아 안주도 끊었다. 덕분에 벨트가 끊일 일은 없어졌다. 술을 끊으니 먹는 음식도, 삶도 단조로워진다.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아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살아오면서 음식에 대해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던가? 회식 때 무엇을 먹으러 갈까? 정도의 생각이 떠오른다. 음식 생각을 골똘히 해본 설레이는 첫경험이다. 음식. 너란 놈이 내 머리속에서 마주하게 되었구나. 우선 커피 한잔을 입에 머금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떤 음식에 대해 글을 써볼까...
소환한 추억 속에 불현듯 '된장밥'과 마주한다. 겨우 생각한 것이 된장밥이다. 구수하면서도 촌스럽다. 세련되지 않고, 메뉴라 하기도 쑥스러운 음식이다. 그 존재가 범상치 않은가? 그렇다. 된장밥은 나와 가족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다. 우리 가족의 추억 속에 있어 된장밥은 캠핑의 추억과 그 궤적을 같이한다.
아이들 유치원 다니던 무렵부터 캠핑을 자주 갔다. 자연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연에서 의 캠핑을 통해 내가 치유됨을 경험했다. 반쯤 누운 캠핑 의자에 편히 앉아 떨어지는 별빛을 마주하며 맥주를 홀짝홀짝 마신다. 잔잔한 발라드 음악을 곁들인다. 멍하니 아무 생각이 없이 하늘을 본다. 귀뚜라미도 음악과 함께 지저귀며 연주한다. 이게 행복이구나...
이 기분을 지속하고 싶은 욕심에 가족들을 먼저 좁디 좁은 텐트 안으로 들여 보낸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자학은 시작된다.
'윙~ 윙~'찰싹찰싹' 손바닥으로 내 몸을 내려친다.
"이 놈의 모기새끼"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텐트 문을 비집고 들어간다.
옹기종기 모여 먼저 잠든 식구들 옆자리. 그 구석에 쭈구리고 누워 찬공기를 마시며 스르륵 잠들다가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란다. 이른 아침, 좁은데 구겨져 자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아침 공기가 코를 툸고 들어온다. 늦은 저녁까지 마신 소맥으로 두통이 올만하건만, 머리가 아주 상쾌하다.
순간, 곧 잠에서 깰 아내에게 가족들에게 아침을 차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테이블 위에 어제 끓여 먹던 된장찌게가 한 솥 그대로인게 보인다. 우선 밥은 했고... '그냥 쏟자.' 냄비에 막 지은 뜨끈한 밥을 붓는다. 그리고 밥에 된장이 스며들게 주걱으로 휘휘저어 죽을 만든다. 한 숱가락 먹어본다. 끝내준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요리에 천부적 재능이 있나? 잠시의 착각에서 빨리 벗어난다. 곧이어 잠에서 깨어 나온 아이들에게 아빠 요리가 맛있지 않냐고 허세를 떨어본다.
"이게 무슨 요리야? 그냥 먹던거에 밥만 넣은 거잖아." 칭찬을 받으려다 날 닮아 눈치가 빠른 딸에게 무시만 당한다. 에잇, 칭찬 좀 해주지... 괜찮다. 아무나 할수 있는 잡탕밥이 사실이니까. 솔직한 비판이다. 무서워 말 못하는 아빠보다 친구처럼 편안한 아빠가 되고 싶으니까.
그 후로도 아이들에게 된장밥 이야기를 꺼내면 "아빠가 할 수 있는 음식이 그것 밖에 없잖아."라며 놀린다. 뭐 어떠냐. 이것도 괜찮다. 아이들이 놀리는게 오히려 좋다. 내게는 무시당하는 음식의 대명사가 된 된장밥. 이 놈은 내가 해본 몇 안되는 요리아닌 요리, 음식 아닌 음식이다.
어쩌다 태어난 된장밥은 투박한 손길에 의새 촌스럽게 태어 났지만, 내게는 영원한 추억을 안겨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