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맑은 날. 부부의 날
저녁 퇴근 길 맞이한 어제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잔뜩 흐렸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걸어오는데 어찌나 몸이 끈적이던지. 습도는 그리 유쾌한 존재가 아니다. 솔직히 불쾌한 놈이다. 그래도 어딘가, 누군가에게 쓸모는 있겠지.
샤워를 하고 일찍 누웠다. 늦은 아침,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모두가 출근하고 집에 아무도 없다. 눈을 비비고 책상에 앉았다. '아니다. 나가자.' 나를 믿지 못했는지, 카페인이 고픈지 현관문을 박차고 나선다. 집에 있다가는 늘어지거나, 잠들어 시간을 날려버리면 우울감이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 연못 앞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다.
앉자마자 느껴진다. 와!! 하루만에 반전 날씨. 너무 화창해서 행복에 겹다. 5월 고유의 맑고 청명한 날씨가 가득히 느껴진다.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들으며 날씨를 흠뻑 만끽한다. 물소리, 바람소리, 비행기소리, 경적소리, 학교에서 방송하는 소리, 온갖 소리가 맑은 날씨와 조화롭게 울려 퍼진다.
잠시 앉아있으려니 청명함이 아니라, 뜨거워 못 견디겠다. 어제의 습한 날씨가 진했는지 잠시 마냥 좋아 속았나부다. 아니, 내가 변심한 것이 맞지. 아무튼, '에잇, 에어컨 나오는 커피숍이나 가서 글쓰기 과제나 하자.' 마음을 이내 바꿔 먹고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학생도 아니면서 습관처럼 들고 다니는 가방을 등에 다시 걸쳐매고 그늘을 뒤따라 카페인 공장으로 간다.
(※ 브런치 글 중, [된장밥의 가치]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제 그늘이 쓸모 있을 때가 되었구나.' 지난 겨울 진하게 새겨진 마음의 그늘이 이제야 밖으로 뛰쳐 나왔나보다. 시원한 그늘 아래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의식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더 비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