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공허함
1화) 맥가이버와 떠난 미국여행과 축구선수의 꿈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 미국 여행을 자주 갔었다. 유럽의 존재는 잘 몰랐고, 노란 머리는 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그 노란 머리의 맥가이버이버와 매주 미국을 여행했던 것이다. 그는 칼 한 자루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전천후 첩보원이었다. 요즘 말로 '미드'를 통해 안방극장에서 마주했던 것이다. 고백하면, 미국은 아직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렇게 첩보드라마 속 맥가이버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범죄 재연 드라마 '경찰청 사람들'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경찰청 사람들이 할 시간이 되면 집으로 들어가서 도둑을 잡는 형사, 경찰의 모습을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보았다. 마치 내가 정의감 넘치는 형사가 된 것 같이 몰입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때부터 경찰이나 형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갖지는 않았다. 내게는 다른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 운동선수가 너무 하고 싶었다. 첫 꿈은 축구 선수였다. 이른 아침 학교에 가면 가방을 던져놓고 운동장에 나와서 공을 쫓아 뛰어다녔다. 입고 다니던 옷도 체육복 단벌이었다. 공부할 때도 체육복. 뛸 때도 체육복. 잘 때도 체육복. 아휴~ 얼마나 땀 냄새가 났을까? 샤워도 자주 안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체육복이 제일 좋았다. 지금도 체육복은 내게 가장 편안한 일상복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때 마침 다니던 학교에 축구부가 생겼다. 평소 체육시간에 실력을 뽐냈기에 당당히 선발되어 축구부에 들어갔다. 너무 신이 났다. 냄새나는 체육복을 벗어던지고, 아무나 입지 못하는 축구부 유니폼을 입는 영광을 얻었다. 마치 손흥민이 될 수 있다는 망상을 하였던 것일까? '아...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너무 멋지잖아.'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랑은 못해도 속마음에 아마도... 여학생들을 의식하며 자뻑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멋쩍은 웃음만 나온다. 축구부에 들어간 후로 방과 후에 대회준비를 위해 훈련을 거듭했다. '슛~~ 골인' 킥을 차는 것부터 배우고, 패스도 배우고, 얼굴빛은 축구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과 비례하게 흑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얻은 별명이 깜상이었다. 깜상. 흑인. 듣기 거북했지만, 내가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을 까맸다. 속마음은 상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인정하는 척했다.
그렇게 피부색과 맞바구며 연습에 연습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6학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수학여행기간 동안 대회가 끝났다고 했다. 감독님이 대회 일정을 잘못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매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얼굴이 빨갛던 감독님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축구부는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젠장... 헛된 꿈을 꾸었던 것인가?' 그렇게 난생처음 꾸었던 축구선수의 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공허함... 일찍이 인생의 공허함을 느껴봤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공허함인지 몰랐다. 그런데 꿈을 잃은 듯 도넛 마냥 텅 빈 공허함은 다행히도 머지않아 새로운 꿈으로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Part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