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할머니]

첫 병문안, 무슨 바람이 불어서

by 래연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를 세워 기대앉아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아이고, 채연이 왔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왔어.”


눈이 마주친 그 찰나, 손뼉을 탁 치며 웃는 얼굴 앞에서 그 감정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미루고 미루던 시간을 양분 삼아 몸집을 키운 죄책감이, 칭얼거림으로 먼저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왜 넘어져서 사람을 놀라게 해.”


병상에 누워 있던 할머니가 하루 종일 눈에 담을 수 있던 풍경은 병원 천장과 작은 창 너머로 바뀌는 하늘 색, 그리고 조그마한 공용 텔레비전뿐이었다. 그 안에서 더할 것도, 줄어들 것도 없는 풍경. 할머니의 세계는 이토록 작아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풍경 속에서 할머니는 무엇을 기다렸을까. 특별한 바람이 불어야 찾아와주는 손녀의 얼굴, 어떤 일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아들, 딸, 손주들. 그리고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오랜 시간 잃어버리고 지낸 친구들까지.


병원에 입원한 지 며칠이 지나 고된 수술이 끝난 뒤에야 빈손으로 찾아온 손녀가 야속할 법도 한데, 긴 기다림은 금세 다시 찾아올 텐데. 그 기다림을 잠시 깨운 짧은 만남이었다.


멈춰 있던 할머니의 세상이 잠시 움직인 것만으로, 할머니는 마치 긴 기다림이 끝난 것처럼 손뼉치며 껄껄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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