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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훈 Feb 15. 2024

축구스타 린가드, K리그엔 왜 왔니?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FC 서울 입단 확정 후 공개된 선수 소개 이미지 [한겨례신문]
여름에 굉장히 많은 구단과 리그에서 오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FC 서울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직접 맨체스터에 와서 (제) 몸 상태를 체크하는 열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다른 클럽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게 됐습니다.
-FC 서울 입단식 인터뷰에서 한국행을 왜 결정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답하며, 제시 린가드-



K리그에 역대급 호재가 터졌다. 영국 축구 국개대표 출신 제시 린가드가 FC 서울 입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발표를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땐, 뜬소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논란은 제시 린가드가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사라졌다. 보통 해외 유명 축구선수들은 은퇴를 앞두고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두 곳은 리그 홍보를 위해서 국가 단위 투자가 이뤄진다. 기량이 떨어져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에 이적하는 선수가 많다.


린가드는 달랐다.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한 그는 이후 11년간 맨유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순탄하지는 않았다. 주급에 비해 활약이 적은 탓에 11시즌 가운데 5시즌을 타 구단에서 소화했다.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한 후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리그 17경기 동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EFL컵 3경기 동안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주급에 걸맞지 않는 실력에 팬들은 '먹튀'라는 평가를 내렸다.


부진한 활약에도 린가드를 찾는 구단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방출된 린가드는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알 에티파크(사우디)에서 단기 훈련에 참여했다. 올해 1월에는 에버튼(프리미어 리그)과 FC바르셀로나(라리가), SS라치오(세리에A) 등과 연락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시기 FA(자유계약)신분으로 풀린 에덴 아자르처럼 은퇴하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처럼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진출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린가드 이적설이 궤도에 오른 시점은 2월 2일이다. 프리미어 리그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 스포츠는 린가드가 차기 행선지로 FC 서울을 고려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린가드에게는 큰 손해처럼 보인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로 연봉이다.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린가드는 연봉으로 175억 원을 받았다. 이에 반해 FC 서울은 연봉으로 15억 원을 제시했다. 기존 연봉 대비 93.7% 적다. 둘째로는 나이다. 린가드는 올해로 31살이다. 최근 활약은 부진하지만, EPL과 국가대표 커리어가 있다. 린가드가 하락세라곤 하나, 이적시장 가치는 여전히 6백만 유로 수준이다.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이르다.


그가 한국행을 결정한 건 진심어린 FC 서울 구단 덕분이다. 린가드에 관심을 보인 구단은 더 있었다. 이적 후 스포츠조선 산하 K리그 전문 채널 '볼만찬기자들'은 린가드에게 요코하마 FC(일본)과 상하이 상강(중국), 그리고 튀르키예 모 구단이 오퍼를 넣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구단은 J리그 소속 '요코하마 FC'와 K리그 'FC 서울'이었다. 이 중 직접 맨체스터로 날아가 린가드를 만난 구단은 FC서울뿐이었다.


빗셀 고베 시절 이니에스타 [중앙일보]

이번 이적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018년에 J리그로 이적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미우라 야츠히로 전 빗셀 고베 감독은 고베 스포츠디렉터로 근무하던 2018년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티키타카 플레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이니에스타가 바르셀로나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우라 감독은 소식을 듣자마자 미키타니 히로시 빗셀 고베 회장과 함께 이니에스타를 찾았다. 미우라 감독은 '고베에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다'며 이니에스타를 설득했다. 진심어린 설득에 이니에스타는 빗셀 고베 유니폼을 입었다.


이니에스타는 J리그에서 5년간 활약하며 빗셀 고베를 강팀으로 이끌었다. 2014년 J리그로 승격한 빗셀 고베는 이니에스타 영입 이후 2019년 일왕배 우승, 2020년 슈퍼컵 우승을 달성했다. K 리그에 온 린가드에 기대가 큰 이유다.


현재 FC 서울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시즌 FC 서울은 12개 팀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지만, 4년 연속 파이널 B를 기록했다. 평균 관중 1위를 기록할 만큼 팬 충성도가 높음에도 팀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러나 마냥 나쁘진 않다. FC 서울이 서포터즈만큼 다음 시즌 반등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FC 서울이 린가드를 만나 '당신이 필요하다'며 이적을 제의한 모습은 구단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진심은 통했고, 슈퍼스타가 왔다. 이제 FC 서울에겐 다음 시즌 동안 팬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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