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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등교

애들이 학교를 가도 되는데 안 가는 게 싫어서 미칠 것 같은 사람들

이번 태풍 강도는 초강력이다. 태풍의 강도 중에서 가장 센 거라는데 너무 강해보이는 단어라서 오히려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겠다.



...라고 쓰고 잠들었다. 지금은 오후 두 시 오십삼분. 내가 사는 지역은 이미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이 맑다.

기상청에서는 이번 태풍을 대비해 살피려고도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데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학교와 직장에 가야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휴교를 했는데 고등학교-대학교-회사는 그냥 재량껏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던 것 같다. 난 대학생이지만 ♡평생뼈를묻을너무훌륭한우리학교♡가 오늘 하루 비대면과목 이외에 전체 휴강을 해서 너무 행복하게 방금 일어났다. 매일 이러면 좋을 텐데.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휴교를 하는 게 맞다. 직장도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른들(구체적으로 근처 사는 아는 고딩네 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 하루 안 나가고 집에서 안전하게 있는 게 너무 싫어서 미칠 것 같은가보다. 그거 하루 안 간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큰일이 나더라도 태풍에 학교를 가다가 사고가 나는 것보단 좀 덜 큰일일 텐데 말이다. 강도가 초강력인 태풍은 50kg 미만까진 그냥 날아간다고 한다. 나는 몇 킬로그램 차이로 안 날아가지만 몸무게가 좀 가벼운 사람들은 날아간다. 나처럼 무거워서 안 날아가는 사람들도 날아다니는 50kg짜리들을 피할 재주가 없으면 그냥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한다. 피할 재주 있으면 뭐... 나가시던가... 사고났을 때 내가 시켰다고 하지만 마세요.


기상청 말을 잘 듣고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학생들은 다들 집에 있고 싶었을 거다. 학교에 오라고 하는 선생님 말씀만 없었다면. 진짜 뭐가 있나? 지금 교장선생님 정도 나잇대인 사람들은 학교에서 줄빠따를 밥 먹듯이 맞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를 가야 했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고. 그때는 이제 없고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야 한다. 내가 그때 힘들었으니까 억울해서라도 지금 자라나는 새싹들을 태풍등교시키면 안 된다. 생각해 보면 그런 심보는 꼭 초등학교 졸업할 때 우유급식 설문지(지금도 하나?)에 초코우유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냅두고 흰우유에만 투표하는 육학년들 수준에서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내 선배들의 투표로 정해진 흰우유를 먹었지만 바나나우유에 투표했다. 맛있으니까. 그런데 나 빼고 다 흰우유에 투표해서 내 한 표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번 태풍은 많은 경고와 대비로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다고 한다. 고친 외앙간이 효과가 좋았다. 다음 태풍 때도 이번 사례를 본보기삼아 대비를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다는 거지 피해가 없없거나 별거 아니었다는 게 아니니까 정말 운 좋게 비바람만 좀 불고 별 피해 없었던 지역 사는 사람들은 함부로 모두가 볼 수 있는 sns나 블로그(브런치 같은 것)에 태풍 별 거 아니었는데 괜히 준비했다는 말을 쓰지 말기로 하자. 피해지역은 나무 뽑히고 침수되고 난리도 아니더라. 그리고 전쟁 때 묻었다가 잊혀진 지뢰가 떠내려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니까 알아서 목함지뢰 생긴 거 검색해서 기억하고 비슷한 거 있으면 근처에도 가지 말고 신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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