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뱜비 Aug 14. 2023

인격장애를 대하는 방법

내가 더 힘들어지지 않는 길

가족을 상대로 징징거리는 소리처럼 들릴까 두려워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현재 나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욱이 다른 사람의 정신적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여러 부딪힘이 생긴 뒤로 스스로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것을 넘기 위해서는 이 일에 대한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본질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심이 가더라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나 자신을 향한 질타와 불필요한 책임이 어깨를 짓누른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 그것에 대해 논해야 한다.


어제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자며 집으로 초대하는 동생에게 응하며 기분 좋은 상태로 그곳을 향했다. 맛있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던 나는 자꾸만 엄마와 나의 삶에 대한 자세를 강하게 지적하는 동생에게 화가 조금씩 나는 상태였다. 우리 가정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 때문이니 가장 옳게 생각하는 나의 지도를 따라 더 나은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중재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되묻는다. 내가 진정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맞냐고. 조울증의 갖은 증상을 이겨내려 애쓰며 이곳저곳 기회를 찾은 다음 행하기로 다짐한 나는 마음이 허무해졌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났다가 잠이 몰려와서 낮잠을 자고는 일어나는 순간에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였다. 나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제의 동생이 내보인 행동을 볼 때 의심을 떨칠 수 없어 온라인으로 검색을 했다. 내가 정신과 전문의에게 질문해야 정확하겠지만 증상이 대부분 일치했다. 인격장애의 경우, 본인이 힘들다기보다 그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병원으로 향한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 사람이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주변 사람들을 착취하고 공감은 전혀 하지 않으며 사기성도 띤다고 한다. 게다가 스스로를 천재라고 여긴다. 남을 위할 줄 모르며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무한한 능력과 재물, 그 외에 물질적인 것을 꿈꾼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판하면 모독하며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증상을 보인 동생은 본인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시행한 지능 검사에서 133의 수치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의 정의는 본인이 가장 옳게 내린 것이라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감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가족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벼운 비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내뱉는다.


쉽게 말하면 나 말고는 모두 오답이며 본인이 가장 잘났으니 내 말을 따르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과거 저런 모습이 없었고 겸손한 사람이었는데 본인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주변의 타인을,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계속 까내리는 모습이 정말 꼴 보기 싫을 정도였다. 나는 진지하게 가족 관계를 끝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지금은 호적 제도가 폐지되어 애초에 그런 것이 불가능하고 완전히 벗어날 길이 없는 상태이다. 타국으로 이민을 간 다음 한국 국적을 포기한다고 해도 가족관계증명서는 영원히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절망스러웠다. 이런 이유로 화를 내는 나를 오히려 질타하는 어머니에게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래서 나는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뼈를 갈아서라도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앞서 추후에 개인적인 분노가 가라앉는다고 해도 오늘 배운 것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기억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인격장애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면 고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피하기를 바란다. 그런 노력을 쏟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진정 심각하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만 한다. 상대와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접근을 피하라.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명분조차 당신을 벨 수 있는 칼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평안한 날들을 보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오롯이 홀로 선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