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머리를 한 여자, 그 이후
나뭇잎이 노랗게 변하더니 툭- 떨어진다. 나는 어느새 멍하니 서서 나뭇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영수는 한 숨을 후 내쉰 후, 학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며칠 전까지 시끌벅적한 학원이 유난히 조용하다. 띠링- 건희가 이어 출근한다. 영수는 평소와 다른 건희의 모습에 놀라 말한다. “건희쌤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건희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시험이 끝났잖아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에 영수도 따라 조용히 미소를 띤다. 다시 제 일상을 찾은 학원은 각자 서로 맡은 일을 준비한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온다. 아이들은 시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낸다. 건희는 그런 아이들의 말에 친절하게 답한다. 영수는 그런 건희의 모습을 따라 살핀다. 그런 영수의 앞에 자신의 학생이 불쑥 나타난다. “엥? 너 오늘 학원 오는 날 아니지 않아?” 영수는 중학생 2학년을 맡고 있다. 어제 부로 중학교의 기말 고사도 모두 끝났다. “아, 누나랑 따라 같이 왔어요. 누나가 오늘 건희쌤이 마지막이라고 와야 한데요.” 중학교 2학년 아이는 천진하게 말한다. 영수는 흠칫 멈춘다. 원장이 어느새 출근했는지 아이들을 모두 물리고 두 사람 앞에 온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제 건희쌤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원장의 무미건조한 말에 건희는 여전히 웃으며 답한다. “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영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멍하니 듣고만 있는다. “어차피 2학기도 모두 마쳤고, 겨울방학 전까지 아이들도 공부하는 데 집중이 안될 거라 새로 맡으신 선생님이 다시 기준에 맞춰 수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수는 건희의 말 하나하나가 더욱더 선명하게 들린다.
학원은 평소보다 일찍 마쳤다. 고등부, 중등부 모두 시험이 마친 상황이라 다음 주부터 정규 수업이 시작된다. 영수는 학원 문 앞에서 살짝 머뭇거리지만, 이내 퇴근을 한다. 띠링-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1층에 도착했을 때,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건희쌤이었다. “영수썜 고생했어요. 오늘은 바빠서 제대로 인사하질 못했네요. 다음에 한 잔 해요~“ 영수는 핸드폰을 들고 집까지 걸어가며 생각한다. 영수는 다음 날이 돼서야 간신히 답장을 한다.
어느 날, 영수는 꿈을 꾸었다. 학생들 틈에 끼어서 건희쌤한테 수업을 받는 그런 꿈이다. 그때 그 파란 머리의 학생도 옆 자리에 앉아 같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다 신나게 영수 혼자 떠들다가 학원 문을 박차고 나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이 보이고 불 꺼진 가로등을 계속 걷는 그런 꿈이다. 평소라면 도착할 거리인데 끝도 없이 걷고 있다. 영수가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 꿈에서 깼다. 영수는 그런 꿈을 건희에게 신나게 이야기했었다. 건희는 평소와 같이 '허허허'하며 웃는다.
다시 학원 문을 연다. 묘하게 낯선 풍경이다. 새로 온 선생님은 익숙한 듯 건희의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한다. 영수도 자리에 앉아 다가올 수업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