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오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어느 날 여자친구가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나는 그 물음에 흠칫 놀랐다. 그전까지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놀란 티 없이 되물었다. “왜?” 그러나 이 질문은 정답이 아니었다. 아마 그날의 정답은 “응.” 그 단호한 한 마디였을 것이다. 그게 그녀의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는 수면제이지 않았을까?
그녀는 내 물음에 태연한 듯 말했다. “아니, 상미가 남자 친구랑 헤어 젔대. 오빠도 몇 번 봤잖아.” “응, 당연히 알지. 상미 덕분에 너랑 이렇게 만났는데.” 이 답은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었는지, 그녀는 고양이처럼 머리를 내 어깨에 살짝 비빈다. “그런데 그 새끼가 상미랑 헤어지고 곧바로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대. 참 웃기지.” 그녀는 이전보다는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너무했다.” 여전히 내 시선은 거리에 사람들에게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상철을 만나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상철과 우연히 만났다. 상철과는 커플끼리 몇 번 만난 게 전부였고, 볼 땐 서로 잘 이야기하고 웃고 지냈지만 딱히 연락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상철은 멋쩍게 웃으며 그날 저녁 술자리 약속을 했고, 나는 무엇에 이끌린 듯 알았다고 했다. 상철은 자리에 앉아서 연거푸 술을 마시더니 웃으며 이야기했다. “형, 상미와 헤어졌습니다.” 나는 팔짱 끼며 태연히 말했다. “그래? 고생했어.” ‘고생했어라니.’ 이게 무슨 위로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나도 그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상철은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잘 모르겠다고. 나는 되물었다. 무엇을 잘 모르겠냐고. 상철은 그저 지쳤다고 했다. 같이 그려지는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제 슬슬 결혼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헤어지는 게 맞지.
상철은 술에 취해 내 전화번호를 묻는다. “형 자주 연락해도 될까요?” 나는 그 자리가 끝날 때까지 같은 어조로 말했다. “응.” 상철은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그래 그럼 된 거지. 물론 나는 이 일을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자 봐봐 그 사람 프로필이야.” 상철의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상철이 환하게 웃고 있으며, 그 옆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하고 싶은 물음을 꾹 참는다. 그녀는 상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 “어 비 온다. 기다려봐, 가서 우산 사 올게.” 나는 도망가듯 그녀의 말을 피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사서 다시 카페로 돌아온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긴다. 나도 멋쩍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날 그녀는 자기 전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야. 나는 이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아니, 그녀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는 알고 있어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나는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지금도 나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일까? 나를 떠나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그 물음에 답을 할 수 없다. 아니, 여전히 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