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헤어졌어. 참 웃긴 놈이야.
상미는 말과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미 맞은편에는 상철은 조용히 상미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친놈이네?
상철의 직설적인 표현에 상미는 놀라지만, 겉으로는 표정을 숨긴다.
응, 아니 웃긴 놈, 그래 니 말대로 미친놈이다. 그래서 알바도 그만 때려치웠어.
아니 네가 왜?
상철은 상미의 말에 짐짓 걱정한다.
너라니. 그래도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은데. 누나라고 불러.
상미는 상철의 말에 웃으며 말한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왜 그놈이 헤어지자고 했는데 일은 네가 관두는데? 그래도 거기서 일하는 거 좋아했잖아.
상미는 상철의 말에 할 말을 찾는다.
어쩔 수 없지, 그 사람이 먼저 일했고, 그러니 사장님도 당연히 나보다 더 믿고 좋아할 텐데. 아이 그럴 바엔 걍 15번이 아니라 25번이라고 세게 나갈걸.
상미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상철은 크게 웃는다.
뭐, 스물다섯 번?
상철은 손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 내가 아는 건 겨우 다섯 번인데?
상미는 상철의 숫자에 속으로 하나를 더한다.
뭐. 어쨌든 그 순간 지고 싶지 않았어. 아니 남자들은 다 그런가? 굳이 전 남자친구라던지, 전 인연이라던지, 사귄 숫자라던지, 횟수 이런 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상철은 상미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 척을 한다.
아니. 그놈이 이상한 거야. 그놈이 여태까지 여자친구가 없었나 보지. 그래서 그렇게 그런 횟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 그러니까 없지. 웃긴 놈.
상미의 전 남자친구는 어느새 웃긴 놈이 되었다. 상미는 그런 상철을 보고 놀리고 싶은지 한 마디를 덧 붙인다.
그럼, 너는? 너도 별로 없잖아.
아니야.
상철은 발끈한다.
그래? 진짜?
상미의 되물음에 상철은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상미는 그런 상철을 보고 이어 말한다.
그래서, 그 웃긴 놈은 그런지. 갑자기 문자로 툭 오네. 헤어지자고. 아휴. 그 열다섯 번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같이 있는 게 중요하지.
상철은 상미가 꺼낸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러니까. 참 웃긴 놈이다. 웃긴 놈. 전 남자친구가 더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얘가 더 이상하네.
상철의 말에 상미는 이전 남자친구를 떠올린다. 괜히 인상을 찌푸린다.
아니. 그 새끼가 더 쓰레기야. 얘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아. 그냥 웃기고 어이가 없어. 사귄 지도 며칠 안 됐고, 나도 뭐, 그렇게 막 좋아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그래도 나이가 좀 있으니까. 그게 좀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 더 웃긴 놈인 줄은 몰랐지만. 걔는, 진짜 쓰레기야.
상미는 맥주잔을 바라보면서 얘기한다. 상철은 상미의 말에 어찌할 줄 모른 채 듣고만 있다. 그리고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는다.
나도 그 형이 그럴 줄은 몰랐지.
너 그 새끼 편드는 거야? 어떻게 헤어졌는지 알면서? 치. 뭐 자기 과 선배다 이건가? 야. 그럴 거면 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안타깝다고. 나도 그 새끼가 누나한테 그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지. 나도 따로 연락 안 해. 그냥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니까. 그리고 과 선배니까. 어쩔 수 없이 인사하는 게 전부야. 아이 진짜 쓰레기 새끼.
상철의 말에 상미는 옅은 미소를 띤다. 기지개를 쭉 켜며 이어 말한다.
아. 진짜.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다.
왜. 그럼 걔 만나게? 그 군대 가서 헤어진 그 사람?
상철은 짓궂은 얼굴로 장난스레 말한다.
어. 그럴 거야. 군대 기다릴 거야. 그래야. 그 새끼를 안 만나지.
상미는 상철의 말에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다. 상미의 귀여운 도발에 상철은 웃는다.
그 사람은 한 6개월 정도라고 했지? 스무 살 때?
응. 그랬지. 네가 아직 고등학생인 그 시절에. 이 누나는 이미 어른이었다. 우리 애기. 이제 이렇게 누나랑 술도 마시고. 얼른얼른 커라.
상미는 웃으며 상철을 도발한다. 상철은 그런 상미의 말을 다 받아준다.
치. 그런데 그 사람이랑 헤어진 게 그 선배, 아니 쓰레기 때문이잖아. 누나가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 않나?
아이씨. 야. 내가 그러고 싶었냐? 그 새끼가 그렇게 얘기하는데 그게 그땐 전부인 줄 아니까. 그렇게 한 거지 나도.
뭐 어쨌든, 나는 그 쓰레기 선배덕에 누나랑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그렇게 밉지는 않아. 물론 누나한테 한 걸 보면 쓰레기는 맞지만.
상철은 배시시 웃는다. 상미는 그런 상철의 웃음을 보며 따라 웃는다. 둘은 술잔을 부딪치고 큰 소리로 외친다. 건배~
누나 그럼 고등학생 때는 어땠어?
상철은 술기운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말했다.
상미는 그런 상철의 말에 잠시 고민한다. 생각을 모두 마치고 웃으며 상철에게 이야기한다. 어느새 상미 또한 얼굴이 붉어졌다.
잘 생겼어. 진짜 잘 생긴 선배였어. 그런데 잘 생긴 것보다 노래를 잘 불렀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데?
음. 내가 1학년 때, dm이 왔어. 그리고 어쩌다 보니 같이 노래방에 갔어. 노래를 잘 부르더라고. 아니 너무 멋진 거야. 그래서 사귀었지.
그럼 어떻게 헤어졌는데?
음. 그 오빠가 스무 살 되고 나는 열아홉이고, 뭐 지금 생각하면 서로 세상이 달랐지. 그래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
웃기네. 그게 그럼 첫 연애인가?
뭐 그런 셈이지.
상철은 술기운에 잠시 엎드린다. 상미는 맥주잔을 들고 혼자 중얼거린다.
아니. 중학교 때, 그냥 옆에 친구가 남자친구를 사귀길래. 그땐 그게 멋있는 건 줄 알았어. 그래서 그냥 멋도 모르게 사귀고 헤어진 게 있지. 그게 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