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끝

by 이공칠

여름에 너와 헤어 젔다.


차거운 겨울, 건조해서 바람이 유난히 쓸쓸하다. 태양은 한낮에 눈을 시리게 할 뿐 다른 역할은 하지도 못한다. 어제는 눈이 내렸다.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사람들의 걸음을 남긴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 본다. 사람들을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걷는 곳엔 눈이 모두 녹았다. 일부 부지런한 사람들은 상가 앞 눈을 다 치웠는지 눈이 한 곳에 쌓여있다. 나는 문득, 지난여름을 생각했다. 어제까지,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슴이 아리던 장면들이 무덤덤해짐을 느꼈다. 나는 그런 나라는 존재에 놀랐다.


어제 친구랑 만나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눈치를 보더니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제 괜찮아?’ 나는 그 말이 맴돌았다. 그날 꿈을 꾸었다. 꿈에 네가 나왔다.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디가 좋아?’ 나는 그 질문에 한창을 고민했다. 나는 그런 나를 보며 너의 눈치를 보았지만, 너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야,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나는 재빨리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는 이내 사라졌다. 그러더니 다시 네가 나타났다. 너는 울고 있고, 나는 그런 너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평소라면 어르고 달랬을 나인데. 나는 나조차도 처음 본 표정과 말투로 헤어짐을 말했다. 나는 그리고 그 자릴 떠났다.


눈을 떴을 때, 한동안 멍했다. 헤어지고 나서 한 번도 보이질 않던 너인데 이렇게 꿈에 나타난 게 신기했다. 나는 평소와 같이 이불을 걔고, 이를 닦고 머리를 감는다. 그 사이에도 네가 떠올랐다. 친구의 물음의 의미가 뭐였을까? 나는 거울을 보고 씩 웃는다. ‘어색한가.?’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이 신경 쓰인다. 평소의 나인가? 다른 나인가? 평소의 나는 어떤 나인가? 그럼 다른 나는 또 어떤 나인 건가?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얼굴이 좋아 보여요.’ 나는 또 그 말이 무슨 말인가? 고민한다.


가을, 나는 힘들었다. 그래, 친구를 붙잡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평소라면 적당히 먹고 그만두었을 텐데 나는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억지로 마셨다. 화장실의 변기를 붙잡고 한창을 쏟아낸다. 길을 걷다가 몸을 더 가누지 못하고, 근처 벤치에 앉아 그대로 잠을 잤다. 사실 나는 그날들이 기억나질 않는다.


눈이 내린다. 어떤 유치원인지,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아이들의 행진 앞에 한 여자가 아이들을 부르면서 아이들이 어긋나지 않게 인솔한다. 나는 그 여자를 본다. 후 숨을 내쉬니 하얀 입김이 나온다.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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