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문득 혼자 가고 싶었다. 일상 자체가 혼자인 동시에 사람들과 들러 쌓이니, 아마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고민을 하고 고른 곳이 후쿠오카다. 처음으로 혼자서 가는 해외여행이고 평소의 내 성격을 알고 보니 넓지 않은 곳을 골랐다.
이 정도가 적당한 여행 동기이다. 나머지는 불필요하다. 나는 어떻게든 발악했다. 환상이 없는 것을 알지만, 환상을 쫓는다. 내가 쫓고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아닌 다른 나인가? 아니면, 일본에 대한 감성인가? 그도 아니면, 그저 내가 듣고 있는 모든 말과 생각이 지겨워진 것일까? 나는 이 모든 생각을 가방에 담아두고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기껏 찾은 것은 하나같이 비싸기만 했다. 내 주머니는 간신히 한 개정도 담는다면 가득 찼다. 나는 기회를 엿보다가 전부 놓쳤고 남은 것은 부스러기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이 그곳이다. LP 바. 이곳이라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컴컴한 배경과 담배연기, LP와 재즈. 이곳이 내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근접했다.
첫 느낌부터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오로지 일본어밖에 할 줄 모르는 늙은 할아버지와 고집 있는 여자 아르바이트까지 나는 잠시 소음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한 가지 착각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나의 착각에 대한 두서없는 이야기이지만,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가장 처음으로 한 착각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 역시 소음 밖에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싶다. 일본어가 한국어에 비해 우월하고 한국어가 안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이 오로지 한국어 밖에 없었고 내가 듣거나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한국어라서 그렇다. 나는 그렇게 나의 소음을 뱉는다.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도와준 건 다른 소음이다. 늙은 할아버지 그리고 곧 퇴근한 여자 아르바이트 이 두 사람과 혼자서 책을 읽는 한 남자 손님 이렇게 일본인은 세 명이였다. 테이블은 4개, 바 테이블에 의자가 5~6개 정도 있다. 나머지 손님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간신히 도움을 받고 술을 시킨다. 다시 나는 나의 공간으로 빠진다. 그게 전부이다.
평소엔 싫어하던 메케한 담배연기가 좋은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그러한 분위기와 둥둥 울리는 베이스 기타, 이제는 마실만 해진 쓴 술이 담배연기까지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나에겐 딱 그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