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일기
사춘기를 지날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친구들이랑 이 동네 저 동네 싸돌아다니길 좋아했으니.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내향인이라고 확신한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거나 일주일 내내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걸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랑 부대끼고 나면 집에서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출근길이 힘들거나 어려울 건 없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고 부담스럽다. 그렇게 탈이 나는 날은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내 자리에 앉아서 일만 하다가 퇴근할 정도로 심해진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일주일에 3일을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 근무를 하는 식인데, 지난 2주간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거나 해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을 내리 출근했더니 바로 탈이 나 버렸다. 금요일에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주말동안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 주 출근해보니 사람들과 말하기가 힘든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소라게처럼 지냈더니, 퇴근 직전에 팀 동료가 오늘 많이 바쁘냐고 물어왔다. 내가 평상시랑 다르게 말을 안 하니까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건가 싶어서 물어본다고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 항상 주의해왔던 건데 오늘도 실패했구나. 웃으며 인사하고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잘 노력해왔는데, 4일 연속 출근과 전체 회식에 말려 내 페이스를 잃고 또 소라게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털어놨더니, "일 잘 하는 것보다 인사 잘 하고 잘 떠드는 게 더 중요할 수가 있다" 란다. 나도 동감하는 말이다. 말 하기 편하고 같이 일 하기 수월한 사람이 환영받는 건 당연하다.
다음 날 아침, 기세를 올려 인사했다. 내 자리 근처에서 잡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껴서 말도 걸고. 그렇게 하다보니 말 하는 게 또 수월해졌다. 그렇게 매일 기세로 말 하다 보면 회사 사람들과 더 편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겠지.
이 글을 쓰면서도 외향적인 성격인 사람이 참 부럽다. 외향적이라 친구가 많을 것 같고 낯가림 없이 말도 잘할 것 같아서라기 보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다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일인데, 그걸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니 그거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게 아닌가 싶다. 나를 비롯한 내향인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집에서 충전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야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되려 에너지를 얻는다니. 참으로 부럽다.
저만 이런 거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