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 보러 슈퍼에 가면 생선 코너에 들러 꼭 확인하는 게 있다. 바로 도미 대가리가 있는지 없는지 이다. 일본에서는 도미(타이)가 운(運)기가 좋은 음식이라 그런지 머리까지 버리지 않고 손질해서 판다. 정확히 반으로 갈린 도미 대가리는 속까지 깨끗이 씻어 플라스틱 접시 위에 양쪽 눈이 보이도록 담아 랩으로 포장되어 있다. 이제껏 도미를 대가리만 따로 파는지도 몰랐는데 남편이 도미 요리 -정확히는 도미 대가리만 이용한 요리- 에 푹 빠지는 바람에 슈퍼에 갈 때마다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 도미 대가리를 살 때는 비싼지 뭔지도 모르고 두 개를 육백 엔 정도에 샀는데, 다른 재료가 필요해서 들른 그 다음 슈퍼에서는 하나에 백오십 엔에 팔고 있기도 했다. 초짜라서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한 게 배 아팠지만 우리가 산 게 더 커 보인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무튼 남편이 요즘 만드는 요리는 도미 육수와 대가리 살을 이용한 도미솥밥, 그리고 남은 육수를 일주일 내내 야금야금 꺼내 끓여먹는 도미된장국이다. 만드는 과정은 꽤나 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일본 가정집에서 흔히 보는 가스렌지에 자그맣게 달린 생선용 그릴에 잘 씻은 도미 대가리를 넣고 겉이 바삭해지도록 구운 다음, 손으로 살살 살만 발라내고, 남은 껍질과 뼈는 죄다 모아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육수를 낸다. 도나베라고 불리는 도기 솥에 불려둔 쌀과 도미육수를 붓고 간을 한 후에, 도미 살과 생강 및 파 약간을 얹고 냄비 밥을 짓는다. 다 되면 미쯔바라고 하는 미나리처럼 향이 강한 줄기채소를 살짝 더해준다. 남편이 해준 요리라고 혀에 필터가 씌인 게 아니라, 정말 하룻밤에 몇 십만 원 하는 료칸에서 먹는 저녁보다도 고급스러운 맛이다. 도미는 기름기가 많아 그런지 육수가 보얗고 고소하고, 어른들 말씀에 어두육미라더니 살도 탱글탱글하다. 그리고 살짝 올라오는 생강의 향은 어찌나 생선 요리와 어울리는지.
어제 슈퍼에 갔더니 원래 하나에 백오십 엔 하던 게 늦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반값 할인을 했다. 뭐든지 할인 좋아하는 남편은 대가리를 네 개나 집었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면서 대가리를 씻던 남편이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소리를 덜 지르나 싶었는데, 부엌에 가보니 의기양양하게 고무 장갑을 끼고 씻고 있었다. 좀 더 있다 나가보니 조리대에 옹송그린 남편이 살을 발라 내고 있었다. 고기는 잘 못 먹고 손이 많이 가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남편의 특별식을 먹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키가 큰 남편에게는 너무 낮은 조리대에서 허리가 아플 정도로 살을 발라 내준 걸 생각하면서, 나중에 집 사면 개수대와 조리대는 무조건 주문 제작으로 해야지 싶다. 오늘도 도미솥밥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