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30분으로 떠나는 북유럽 여행

by 혜안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와 햇살이 들어오는 큰 창이 있는 곳, 이케아에서 요 몇 주째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다. 도쿄로 이사 오기 전에는 주말엔 운동이나 등산을 했고, 이사온 후에는 등산할 산이 근처에 없어서 대부분 집에서 주말을 보냈다. 우리 부부에겐 외출은 곧 운동이고, 카페를 갈 일도 외식을 할 일도 잘 없어서, 누구 결혼식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꾸미고 나갈 일이 아예 없다. 그런데 요즘 한껏 치장을 하고는 이케아에 가는 게 주말 루틴이 됐다. 몇 시간 동안 앉아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남편은 스웨터 속에 깃 있는 셔츠를 받쳐 입고 청바지까지 꺼내 입는다-아주 마음씨 따뜻하고 친절한,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클래식한 아저씨 스타일이다- 나도 단정한 청바지와 가디건을 입고 간단히 화장까지 한다. 거의 대부분 운동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우리 로써는 열심히 꾸민 느낌이다. 벌써 설레는 느낌이지만 신발 만은 편한 것으로 신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편도 30분 거리이기 때문이다. 살짝 운동의 느낌이 아예 없진 않다.



이케아에 도착하면 큰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우리를 반겨준다. 우유 거품이 잔뜩 올라간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을 손에 들고 창가에 앉아 있자니 자전거 타기 30분 만에 북유럽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평상시에 두유만 마셔서 가끔 이렇게 먹는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가 얼마나 맛있는지. 카푸치노를 마시고 연달아 카페 라떼도 마신다. 조금 식기는 했어도 해쉬브라운과 시나몬 롤 까지 함께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면 남편과 나는 각자 책을 읽거나 할 일을 한다. 주변의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 보다는 조용한 백색 소음에 가깝고, 햇살은 포근하고, 마주 앉은 자리에는 따뜻한 스웨터를 입은 남편이 책을 읽고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소소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아직 우리 부부의 이케아 루틴은 질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일도 갈 생각에 벌써 설렌다. 별로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냥 취향에 맞게 함께 즐기는 편안함이 제일 좋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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