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의 놀이공원이 개장한다는 소식. 그것도 임직원의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식당에 갈 때도 줄 서서 기다리는 거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성격이라 평소에는 놀이공원에도 잘 갈 일이 없는데, 이 날은 전체 대관이라 줄을 서지 않아도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저녁 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햄버거로 정했다. 놀이공원 운영 시간이 끝난 후에나 입장할 수 있으니 저녁 때쯤 도착해서 밥 먹고 들어가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았다. 참 잘 먹는 남편은 햄버거 두 개에 핫도그 하나, 그리고 감자 튀김까지 맛있게 먹더니 기분이 좋아보인다. 역시 탐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배부터 불리는 게 좋다.
저녁 여섯 시가 넘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놀이공원은 앞으로 세 시간만 우리들을 위해 열려 있을 예정이다. 아직 남아 있는 손님들과 임직원에게 배부된 초청 입장권을 목에 건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남편과 나는 서둘러 가장 인기 있는 그래서 항상 줄이 너무 긴 놀이기구로 향한다. 낮에는 사람들로 가득찼을 구불구불한 대기줄에 검고 어둑한 나무 그림자 들만 걸려 있다. 남편과 나는 빠른 걸음으로 조금은 으슥한 그 곳을 통과하여 지체없이 놀이기구에 탑승한다. 폐장 시간 이후에도 웃는 얼굴로 탑승과 운영을 도와주는 크루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남편과 손을 잡고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건너간다. 마법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공룡들 사이에서 물을 맞기도 하고 게임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한참 시공간을 넘나 들다가 문득 항구쪽으로 간다. 물 건너편으로 달이 보이고 그 아래에서는 반짝반짝 색색의 장식등이 빛을 내고 있고 그 빛이 다시 물에 비쳐 두 겹의 반짝임이 된다. 이 세계도 별세계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의 손을 잡고 뛴다.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을 가로지른다. 아름답고 신기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