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아가는 시험치는 날

by 혜안

지난 일요일 남편이 일본어 능력 시험을 치는 날이었는데 나는 급히 이사갈 집을 알아보러 부동산과의 약속이 있었다. 웬만하면 집 보러는 남편과 같이 다니려고 하는데 부동산 담당자는 딱 그 겹치는 시간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은 혼자 시험을 보러 가고 나는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남편이 시험장에 가는 길이 초행길이라 내가 근처 역까지 같이 가서 버스 정류장까지 그를 데려다 주면 버스 타고 가는 건 혼자 하기로 했다. 다행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역에 내리자 마자 버스 정류장에 길게 늘어서 외국인 줄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시험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기 때문에 줄 선 외국인들만 잘 따라다니면 될 듯 했다. 남편은 줄을 서 있다가 버스를 타기로 하고 나는 다시 역으로 향했다.


집을 보러 가려고 전철을 다시 타고 가는 중에 남편에게 버스를 탔는지 물었더니 사람들 사이에 껴서 버스를 탔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다시 메시지가 오더니 버스를 잘못 탔다며 내려서 환승 버스를 기다린다고 하는 거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서 앞사람이 타니까 의심없이 따라 탄 것 같았다. 아무튼 남편은 환승할 버스가 곧 온다고 기다린다고 하더니 몇 분 뒤에 연락이 와서 버스를 못 탔다고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버스도 이미 시험장 가는 사람들로 만원이어서 더 탈 수가 없었다고. 입실 완료 시간까지 삼십 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남편한테 택시를 잡으라고, 혹시 택시 잡은 다른 사람이 있으면 합승 이라도 하라고 이르고는 현재 위치를 보내라고 했더니 답장이 오질 않았다.


전철 안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패닉 상태인데 그에게 택시를 잡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나도 전에 다운로드 받은 앱이 있어서 남편의 현재 위치로 요청을 하고 바로 택시가 잡혔다. 그 와중에 남편은 금새 앱을 다운로드 받았는지 자기도 요청을 했는데 취소가 안 된다고 당황을 해서, 일단 내가 잡은 택시에 탄 다음에 자기 걸 취소를 하라고 일렀더니 택시를 탔다는 알림이 내 앱에 떴다. 남편은 또 모르는 사람 셋까지 같이 태워서 출발했다 -일 년에 두 번 밖에 없는 시험을 놓치면 안 되는 외국인 동지들까지 함께 구하는 이 사람-. 이 때도 입실 완료 시간까지 20분 정도 남았을 때인데 한 십 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라 일단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잘 가고 있나 싶었는데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차가 너무 막힌다고. 앱으로 위치를 봤더니 시험장 근처가 정체되고 있어서 일단 내려서 뛰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일본어로 기사님한테 여기서 내려달라고 설명을 하고 내린 것 같았다. 내린 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앞만 보고 시험장을 향해 달렸다. 결국 입실 시간 완료 5분을 남겨두고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도착했다고. 그 순간 나도 긴장을 풀고 싶었으나 곧 바로 월셋집 후보를 세 군데나 돌아야 했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남편은 시험을 치고 나는 집을 보고, 집에서 만났는데 할 얘기가 어찌나 많은지. 남편은 세 명의 다른 이와 택시를 탔는데, 그 중 인도네시아인 두 명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인사를 하러 자기를 찾아왔기 때문에 그 들은 무사히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한국인 여성분 한 분은 시험이 끝나고도 보이지 않아 시험장을 들어갔는지 못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고...


내가 끝까지 데리고 갔으면 서두를 일 없이 바로 택시를 탔을 텐데 하며 후회했지만, 오늘 남편의 하루는 오랜만에 시끌벅적 하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도 해야하고, 기사님과도 일본어로 대화해야 하는, 스릴 있는 하루 였던 것 같다. 우리 남편은 자기 직전까지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거 같애' 라며 '그 한국인은 시험을 쳤을까 못 쳤을까' 를 궁금해 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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