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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난 Dec 28. 2023

안전업무가 어려운 이유

돈도 없고 힘도 없기 때문이다.

안전업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힘든 점을 늘어놓으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3가지만 추려보았다. 



첫째, 안전은 돈이 든다. 우연의 일치일까, 키보드를 한글입력으로 전환 후 *EHS를 입력하면 '돈'이 된다.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원가절감에 대한 노력에 종종 찬물을 뿌리는 단어가 바로 '안전'이다. 모두가 원가절감을 외쳐댈 때 홀로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안전업무 담당자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법에서는 공사금액의 일정 비율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이 산업안전관리비는 오직 현장과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사금액이 적은 현장의 경우 안전관리자 인건비로 쓰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실무자들의 고충이다. 모자란 비용은 공사비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최종적으로 손에 남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안전에 투자해야 하는 주장은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 EHS : environmenthealth and safety, 회사에서 주로 환경안전 부서나 업무를 의미한다.



둘째, 업무 특성상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한다. 업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 중 하나는 안전에 대한 '지적'이다.(정확하게는 지적이라는 표현보다 '조언과 지원'이라는 표현이 맞다. 하지만 듣는 사람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 지적이라고 하겠다.) 남들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마련이다. 만약 대상이 나보다 연차가 높기라도 하면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다. 성격이 불같은 사람은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다짜고짜 화부터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자칫했다간 주위에 적을 만들기 딱 좋은 직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업무 담당자라면 평소에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근무태도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문제점에 대해 언급할 때 해결책을 함께 제시해 주고, 당사자간의 이해관계 파악하여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안전업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을 때는 '뭐 하니'라는 말을 듣고 사고가 나면 '뭐 했니'라는 말을 듣는다. 성과에 대한 평가도 어렵다. '안전한 정도'는 '원가절감'이나 '납기단축'처럼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흔히 사고건수라는 좋은 지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분야에서는 근로자 숫자 대비 사고건수의 비율인 '만인율'이라는 지표를 활용한다.


하지만 사고라는 게 현장이 위험해서가 아닌, 순수한 개인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쉽지 않은 지표이다. 더군다나 규모가 있는 대기업의 사업장일지라도 사고 한 건만 발생하면 만인율이 크게 증가하여 최소 도(道) 단위로 볼 때나 의미가 있는 지표이다. 이렇듯 안전업무는 회사에 가져다주는 직접적인 이익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성과를 측정하기도 힘들다 보니 외사에서 인정받기 힘든 직무 중 하나이다.



이상으로 안전업무의 어려움을 3개 정도 추려서 정리해 보았다. 물론 이 외에도 힘든 점이 많다. 과도한 서류 업무로 인해 정작 현장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나, 안전업무 담당자라는 명칭 하나 때문에 안전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온갖 잡무를 떠안기도 하는 등...  항상 고생하시는 안전업무 담당자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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