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인정합시다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이라는 노래를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솔직히 여러분 스타일의 노래는 아니지요. 좀 유치한 것 같기도 하지만 소크라테스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가사가 기발하네요.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너 자신을 알라 Know youself’라는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너무 자주 인용되어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요. 깊이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흘려듣기 쉽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너 자신을 알라’라는 단순한 명제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겠지요.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는 문구랍니다. 당시 아테네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말이었대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너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아라’라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소크라테스가 현명한 사람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현명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시험 직전 자습시간, 전교 1등하는 학생은 엉덩이에 땀나도록 공부합니다. 그래도 다 못했다고 해요.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걱정합니다. 옆에 앉은 친구는 계속 놀아요. 시험 공부 다 했나고 물어보면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완벽하다네요. 더 이상 공부할 게 없대요. 시험 결과는 어떨까요? 뭐 다 짐작하시겠죠?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공부란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죠. 지혜란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혜를 얻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죠.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붙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끊임없이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배우로는 첫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이자,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두 번째, 64년 만의 수상이라고 합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쿨하게 대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다. 많이 노력했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연습을 무시할 수 없다.
감사하게도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봤어요. 그러니 노력했지. 나를 칭찬하거나 예쁘다고 해도 믿질 않았어요. 알고 보면 사람들도 내가 안 예쁘니까 멋지다고 하는 거잖아.
‘감사하게도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봤어요’라는 말이 소크라테스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100%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객관적이질 못해요. 본인 위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거나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는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타인이 되어 관찰하듯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연습으로 극복한 윤여정처럼 우리도 쿨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노력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