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승진하기
내가 처음 승진 대상이었던 해는 바보같이 내가 승진 대상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지나갔다. 육아휴직을 길게 했었고, 몇년차인지 승진대상이 몇년차부터인지 이런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었기에 그냥 챙겨줄때까지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 스스로가 승진 대상인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상사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상사도 별도로 나에게 얘기를 해준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나중에 승진발표가 끝나고 내가 승진이 안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동기들 중에도 승진 누락이 많아져서 특별히 많이 섭섭하거나 속상한 느낌은 없이 지나갔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이번에도 승진자 명단에서 누락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후배가 봤던 명단은 최종 명단이 아니었거나, 후배가 잘못 본 것이었다... 더구나 내가 생각 하기에 나보다 더 일을 많이하지도 잘 하지도 않았던 어떤 분이 승진자 명단에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번에는 상사가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는 하시더라.. 끝까지 챙겨주려고 했는데 안되었다고..
흠.. 이건 아니지? 이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거구나.... 그때부터 상사에게 단도직입 적으로 요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에는 꼭 승진해야되니 최상위 고과를 챙겨달라고! 상사도 미안하다고 내년에는 꼭 더 잘 챙기겠다고는 했다. 그리고 주위에 친한 선후배들에게 물었다. "승진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
모두들 한 목소리로 "상사 잘 모셔~" 라고 하더라. 나의 직속 상사와 그 위에 상사까지. "아침에 커피도 챙겨드리고, 점심도 자주 같이 먹고, 출장 같이 가셔도 좋은데도 많이 모시고 다니고~ 그래야 승진하는거야~~"
그런거였다. 그래서 다들 상사에게 충성하는 거였다. 그 사실을 나는 승진에 2번 누락하고서 알게되었다니...
그래서 1년동안 열심히 충성했다. 조언에 따라서 커피도 챙기고, 점심도 챙기고, 출장가서 쇼핑도 같이 가고 등등.. 그리고 면담 할때마다 얘기했다. "저 이번에 꼭 승진해야되요~ 아시죠~ㅎㅎㅎ"
다행스럽게 나는 최상위 고과를 받았고, 무리없이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나를 챙겨주셨던 상사분은 승진자 명단 발표 전에 집에 가시고, 다른 상사분 밑에서 승진을 하게되었다.
나를 챙겨주셨던 그 상사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다. 요즘 후배들은 승진하기 더 어려워졌기에 그때 그렇게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심리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좋고, 그 사람을 더 챙겨주고 싶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