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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타인과의 끝없는 거래다.

by 김인걸


거래는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고 갈망하는 것을 건넬 때 비로소 성립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언제나 상대가 원하는 시기여야 한다.

거래에는 반드시 서로가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물건일 수도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필요가 맞닿을 때, 경쟁자는 어느새 협력자가 되고, 냉랭한 직장 동료도 우리를 응원하는 조력자로 변한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원해도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거래는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동참을 이끌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의 기준이다. 자식에게 부모의 도움은 이익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다. 배가 부른 자에게 고급 음식을 내어놓아도 손이 가지 않는 것처럼, 때를 맞추지 못한 도움은 선물도, 이익도 되지 못한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은 이런 말을 남겼다.
“반려동물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보호자의 선행도 도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존중하지 않는 보호자의 손길은 결코 도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록 동물을 향한 조언이지만,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스며드는 통찰이다.

우리는 상대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그가 원하는 순간에 건넬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맞는 거래 상대

이상적인 거래 상대는 대체로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물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면 누구라도 그 손을 잡겠지만, 현실에서 관리자는 흔히 실무자를 진지한 거래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한다.
“나는 당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작은 불빛을.
물건이 홍보 없이 팔리지 않듯, 이익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익과 상대가 바라는 이익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점이 중요하다. 내가 먼저 건넨 친절은 상대의 눈에 오히려 불편한 짐처럼 비칠 수도 있다. 진정한 거래는 상대가 손을 내밀 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의 필요를 알 수 있을까? 방법은 단순하다. 관찰이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싶다면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먹은 뒤의 표정을 지켜보라. 그것은 엿보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찰이다.

직장인의 세계에서 이익이란 승진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명예나 우정, 혹은 여가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 뒤에는 언제나 개인의 삶의 궤적이 깃들어 있다. 성장 과정, 집안의 형편, 지나온 길. 그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에게 진정한 이익을 건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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