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라 Nov 03. 2022

또 한 번의 병동 생활, 퇴원

병원비 정산


[언니 괜찮아?]




수술 다음날, 동생으로부터 톡이 왔다. 연예인도 재벌도 아닌데 이번 유두 제거 수술은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신랑을 제외하고 가족 중엔 여동생만 추가 수술에 대해 알고 있다. 더불어 동생의 교회 지인 몇 분과.(동생이 언니의 회복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다)


특히 엄마에겐 절대 알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내 유방암 진단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바스러지셨다. 이차 수술이 있다는 걸 아시게 되면, 울 엄마 바스러지다 못해 먼지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 동생에게 미리 부탁했다. 혹시 엄마에게 전화 오면 "언니 병원에서 검진받느라 전화 못 받아."라고 둘러대라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엄마는 이모와 부산, 통영 등지로 바람을 쐬러 가셨다. 타이밍도 완벽해라.여행을 가셨다는 엄마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울지 않고 당신 인생을 기분 좋게 사셔야 자식인 나도 편하다.



동생에겐 괜찮다고 답장을 했지만 사실 어젯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수술이 끝난 후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밤 12시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너무 아프다 보니 구역질이 났다. 저번 수술 때는 이렇게 두통이 심하진 않았는데. 일어나 심호흡을 하며 병실을 왔다 갔다 해 봤다. 소용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침대 옆 버튼을 눌러 간호사님을 호출했다.


"어디 불편하세요?"


"선생님,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러면 진통 주사를 놔 드릴까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제가 부작용이 있어서요..."


지난번 수술 때 오심, 구토 증상으로 힘들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진통 주사가 마약성 성분이 있어 그런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간호사님은 주사 대신 먹는 진통제를 주셨다. 다행히 두통이 가라앉았다.



주꾸미볶음에 소면. 밥맛은 여전히 좋다. 남이 해준 밥 최고!!



3박 4일 만에 퇴원했다. 진료비 계산서를 보니 환자 부담금 총액 1,124,350 원. 이 중 보험 적용이 안되는 1인실 비용 840,000원(28만 원×3박)을 제외하면, 수술 및 처치 비용은 30만 원 정도다.




병실을 떠나며 기념사진. 이젠 다시 올 일은 없겠지?



퇴원비를 정산하고 병원 1층 외래 약국으로 가서 처방해 준 타이레놀을 받았다. 통증이 있을 때 마다 8시간 간격으로 먹으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침대에 드러누웠다. 3주 동안 전신 마취 수술을 두 번이나 했더니 조금만 무리하면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럽다.


다음 진료 일은 5월 17일이다. 그때 가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설마 뭘 또 떼 간다고 하진 않겠지? 이제 더 가져갈 것도 없다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