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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Jun 19. 2024

주지스님이 싫어요.

감정 알아차림. #1_타인을 비난하며 공격하는 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사회라는 집단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각자  지니고 있다. 


여기 당신의 사회적 생존 방식을 알아보는 간단한 심리테스트가 있다.        

당신은 2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많은 방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때 당신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시오. (딱 하나만 골라야 함)

A. "나는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고 중심이다. 이제 내가 여기 왔기 때문에 뭔가 일어날 것이다."

B.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C. "나는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말려들지 않을 거야. 나는 이 사람들과 같지 않아. 나는 여기에 적합하지 않아."
A를 선택했다면, 사람들에게 공격하는 주장형.
B를 선택했다면, 사람들에게 순응하는 의존형.
c를 선택했다면,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움츠리는 형.


끌리는 선택지가 있는가? 아직 긴가민가 할 수도 있다. 좀 더 세부적인 선택지를 확인해 보면 더 명확해질 것이다.


A유형, 사람들에게 공격하는 주장형.

3번 "내가 성취한 것을 봐요. 나를 보고 내 가치를 인정해 줘요."
7번 "여러분, 내가 여기 왔어요! 이제 더 활기 있어질 거예요."
8번 "내가 여기 왔어요. 나에게 덤벼 봐요."

B유형, 사람들에게 순응하는 의존형.

1번 "이 방은 너무 엉망이고 질서가 없군. 내가 책임자라면 이렇게 엉망이진 않을 텐데."
2번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내가 모든 사람들을 보살펴 줄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사람들은 나의 도움이 필요해"
6번 다른 유형 보다 열등감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사회적인 신분이나 속해있는 단체를 통해 "내가 더 낫다."라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

C유형,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움츠리는 형.

4번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환상의 자아'로 물러남.
5번 복잡하고 지적인 사고 속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내면의 만물 상자'
9번 편안학고 걱정이 없는 '내면의 성소'

- 에니어그램의 지혜/ 돈 리처드 리소. 러스허드슨 -
https://enneagram-app.appspot.com/about/


인간의 성격유형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인간이 스트레스와 어려운 상황에서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생존 방식 에니어그램에서는 공격하는 방식, 순응하는 방식, 움츠리는 방식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나는 A유형/8번 사람들에게 공격하는 주장형의 사회적 생존 방식을 지니고 있다.


템플스테이에서 나의 감정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감정의 움직임을 찬찬히 관찰하며  따라가자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무의식과 연결되었다. 더 나아가 무의식은 습관이라는 형태로 겉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은 무의식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형태와 무의식을 관찰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주지스님이 너무 싫어!’

템플스테이 3일째 되는 날 내 안에서 터져 나온 소리였다. 나는 주지스님의 모든 말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지스님 정도 되면 깨달음이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와 점잖음과 지혜가 묻어 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3일 동안 내가 본 주지스님은 완전 날라리 땡중이 따로 없었다. 주지스님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짜증과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어떻게 주지스님이라는 자가 저렇게 막 말을 하고, 행동거지가 가벼울 수가 있지?’


알아차림_짜증스러운 이 감정은 무엇인가?


불편한 감정 뒤에 이어지는 이질적인 괴리감도 함께 느껴졌다. 딱 까놓고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주지스님과 나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주지스님이 내게 무언가 피해를 줄 만한 기회조차도 없었다. 피해를 받은 적도 피해를 준 적도 없다. 잘 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주지스님을 나는 왜 이리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편감을 느낄 이유가 없으나

불편감을 느끼고 있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괴리감.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

나의 감정이 반응했다.

짜증스러운 불편감으로 반응했다.

상대를 못 마땅하게 여기고,

비난하는 것으로 나의 감정이 반응했다.


도대체 무엇에 반응했단 말인가?

반응을 했다면 자극이 있을 것이다.

자극 요인이 무엇인가? 


괴리감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세히 관찰한 끝에 어처구니없는 원인을 발견했다. 그 원인이 나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핵심 신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감정과 행동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바로 그 핵심 신념.


주지스님에게 비난하는 것으로 반응했던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나쳐온 여러 집단 속에서 나는 비슷한 것에 자극을 받았고, 비슷한 반응을 했을 것이다. 짜증스러운 감정의 자극 원인은 이러했다.  


주지스님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알아봐 주지 않은 것이었다.

에니어그램 심리테스트에서 나타난 A유형/8번처럼, 나는 집단 속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특히 내가 속한 집단의 우두머리처럼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가 나를 인정해 줄 것을 기대했다.


나에게 힘과 권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발달된 동물적 본능이 하나 있다. 어떤 집단이든 집단의 권력 구도를 순식간에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렇게 파악된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나는 본능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템플스테이에서 내가 인정한 우두머리는 주지스님이었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의식적으로 주지스님이 나를 인정해 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주지스님과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인정받을 수도 없었다.  


감정에게 인정받을 기회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감정은 과정을 보지 않고 오직 결과 하나만 본다. 결과는 분명하다.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결과는 곧이어 자동적 감정의 버튼을 누른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니 그다음 코스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인정받지 못한 못난 자신을 자책하든가, 아니면 나를 인정하지 않는 그 사람을 비난하든가 둘 중 하나다. 두 방향 모두 공격하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자책과 타인을 공격하는 비난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는 습관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우두머리를 비난하는 것을 선택했다. 집단의 우두머리가 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더 이상 감정이나 사건은 확대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우두머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싫어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집단의 우두머리가 나의 관심 내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면, 나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우두머리에게 나의 뛰어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거나 행동을 과장되게 해서 눈에 띄는 행동들을 한다.  


감정을 알아차린 후 분석 과정을 거쳤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나는 주지스님이 나를 인정해 주기를 바랐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주지스님을 싫어하는 감정이 자라나는 과정이다. 주지스님을 싫어하는 감정이 비합리적인 신념체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무의식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의식이 작동하여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에 주의집중하여 관찰하면 자기의 무의식을 알 수 있다.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자기의 생각. 감정.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면 자기도 몰랐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었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은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진짜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난 후 감정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주지스님을 볼 수 있었다. 주지스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상대를 깨어있을 수 있게 인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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