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희생의 값은 무엇일까요
보석같이 귀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육아의 과정이라지만 가끔은 '엄마'라는 존재는 희생해야 하는 당연한 존재라고 여겨질 때 문득 서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들이지만 당연하다못해 나의 수고스러움을 받고도 감사하지 못하는 자녀를 볼 때면 가끔 부모의 희생의 댓가는 어디에서 오는것인가 허무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순간에도 "엄마도 지금은 너무 피곤하지만 네가 씻어야 하기 때문에 씻는 것을 도와주는 거야. 이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감사한 일이야."라고 치사하게 설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치사한 설명이 내가 느끼는 허무함을 덮어주지는 않는다.
실상, 텅 비어버린 듯한 내 마음의 허무함을 채워주는 것은 내가 하는 모든 육아의 과정에 고마움을 느끼는 자녀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먹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
그 행복이 너의 웃음으로 너의 말과 행동에 번져 따듯함으로 나에게 다가올 때 나의 허무함을 덮여진다.
해야할 수밖에 없는 이 당연한 과정에 허하고 공허한 마음을 느끼는 나의 내면을 살펴보면 육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인정욕구'가 깃들어 있는 듯 하다.
낳고 기르는 이 모든 과정에 내가 겪은 아픔과 고통 슬픔이라는 감정을 두른 희생이라는 낱말이 사실은 너무 거하게 느껴진다. '희생'이란 자고로 댓가가 없이도 해나가는 것 그 값을 요구하지 않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하고있지는 않은 듯하다.
나의 수고를 너무나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이 결과의 값이 너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으면 좋겠다. 그 결과의 값이 모두에게 좋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할 때 내가 감당하고 있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유쾌하지 않게 그려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육아라는 오지의 숲이 어떤 곳인가? 또 한번 눈을 감고 그 길을 떠올려본다.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며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하고 헤매이는 길이 될수도 있지만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그 신비하고 광활한 숲길에서 우리는 햇살과 그 안에 살아 있는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공존하는 그 길이 바로 육아의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번복한다.
내가 지금 나에게 맡겨진 이 길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라면
너 또한 지금 너에게 맡겨진 그 길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할 거라 생각하며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도록
엄마가 좀 더 따스한 기운으로 너를 비추이도록 다짐한다. 단단하게 자리잡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 매순간을 여기며 그렇게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