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아날로그
여행의 버릇이랄까
나만의 의식이랄까
나는 여행지에서 꽃을 산다.
아주 작은 다발이지만
오렌지 색도 있고
연보라 꽃도 있고
샛노란 꽃이나 빨간 열매
초록 잎까지..
작지만 사랑스러운 꽃다발을 사서
호텔로 가져간다.
투명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꽃을 담아둔다.
피가 도는 것처럼
방안에 화사한 생기가 돈다.
그것만으로 호텔방은
무미건조한 곳이 아니라
나만의 공간이 된다.
나를 쉬게 하고
나를 안아주는 곳.
이방인의 느낌이 싫진 않지만
붕 떠다니는 기분은 불안한데
그 모든 것을
작은 꽃들이 덮어준다.
여행지에서의 꽃
그건 여행의 감수성을 높여주고
생각보다 근사한 취미다.
어제 잠들 때 내일이 새해라는 걸 알았으면서
오늘이 새해구나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이구나
하는 감각은 여전히 낯설다.
정말 새로워서 어색하기보다는
단지 흘러가고 있을 뿐인데
한해의 마지막 날, 혹은 새로운 날이라는 이유로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 세우는
우리의 의식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마침표를 찍거나 쉼표를 새겨서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걸 핑계 삼아 잔치를 벌이고
술 한잔 하는 것도 삶의 즐거운 한때이니까.
어떤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해가 무슨 띠였는지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 힌트들이 보인다.
생뚱맞게 웬 유니콘인가 했는데
귀여운 빨간 말들이
광고판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눈치챈다.
띠와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좋은 날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해
2026년의 12월의 마지막 날을 그려본다.
음...
심란하긴 해도 분명 도움이 된다.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커피숍을 찾아서
새해 첫 커피를 주문한다.
누가 뭐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의 새로운 첫날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