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계절이 흐르는 대로

by 하이움

아버지,

강둑에는 봄꽃이 올라왔나요.

하루에 한 번씩 엄마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만큼 걷다 온다는

그 강둑에는 지금 어떤 꽃이 피었을까요.

핸드폰에 꽃 사진을 자주 올리는 건 엄마가 아니라 언제나 아버지였지요.

금방이라도 부풀 것 같은 벚꽃 꽃망울들,

쨍한 색깔의 튤립, 산책길에 발견한 담장의 들장미, 나리꽃 등등

사진 찍기가 취미인 아버지는 철마다 꽃 사진을 보내 주시곤 하셨는데

화단이든 거리에서든 어여쁜 꽃을 발견하면 망설이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드는 내 모습이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이번 봄은 어떤 꽃에 마음이 끌리고 계실까요..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나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 앞 화단을 기웃거리고

이웃집 마당을 훔쳐보면서 어떤 꽃이 피고 있나 어떤 잎이 움트나 종종거리고 있는데

세상에, 우리 집 옆 빈터에 올해는 어쩐 일인지 유채꽃이 올라오네요.

여리여리 연노랑 유채꽃..

주변에 유채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다, 기특하다 여기며 꽃을 반깁니다.

지난겨울부터 봄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바람이 거세더니

유채꽃이 많은 서쪽 지방 어디선가 날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랗고 한들거리는 유채꽃이 어쩐지 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번도 유채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저 말간 노란빛을 가득 머금고 욕심은 없다는 듯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어쩐지 아버지 같아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내가 쓰러지더라도 조금만 참아라”


지난달 아버지랑 식사를 하고 배구였던가요, 야구였던가요

아버지가 즐겨보는 스포츠 TV 화면을 별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그렇게 말씀하셨죠.

아무리 가정이라고 해도 쓰러지는 건 아버지일 텐데

우리에게 참으라니 무슨 말인지 몰라 아버지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니


“내가 쓰러지면 본능적으로 살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게 사람 심리니.. 그래도 그 순간을 참고 119나 병원에 전화하지 마,

병원 간다고 낫는 병도 아니고..

그 순간만 넘기면 그럼.. 아빠.. 편안하게 간다..”


쿵...


더는 내려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해도 있지만

이리도 아픈 이해도 있구나 싶던 날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에 유채꽃 꽃말을 찾아보았습니다.

“행복한 약속”

수술은 포기해도 삶은 포기하지 않으시겠다던 아버지의 약속을 닮았네요..

유언 같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약속도 행복한 약속이 될 수 있을까요..

유채꽃의 또 다른 꽃말

‘새로운 시작’과 ‘희망’도 가슴에 꾹 새깁니다.


유채꽃이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슬픔이 번져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서러워질 때쯤

아버지가 늘 제가 그러했듯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유채꽃이

씨를 퍼트려 내년에는 밭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를 초대하겠습니다.

유채꽃 하나를 꺾어 아버지 접시에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올해는 봄꽃, 유채꽃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