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_아날로그

by 하이움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생각지도 않은 곳에 도랑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맑은 물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아, 짧게 감탄사를 내뱉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딱 들어맞게 근처에 카페가 보인다.


게다가 야외에 작은 테이블을 꺼내놓아

도랑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청둥오리가 천연덕스럽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그러고 보니 요즘은

집 가까이 강둑에서도 자주 보였다.


무리 지어 다니는가 싶으면

싫증 났다는 듯이

몇 시간이고 혼자 있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었는데


여기도 둘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운 좋게 테라스 자리에 앉았는데

오리들이 다른 데로 가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지만

다행히 오리들은 익숙한 듯

멀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가롭고 좋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오리나 바라보고 있다니..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이런 시간이 다시 올까

다시 오겠지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루하루가

덜 힘든 건 아니었다.


너무나 바랬던 시간..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얼핏 그런 생각이 스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사람만이

혹은 놓여 있는 자만이

감사함을 알지 않을까...


어쩐지 살수록

감사한 순간이 많아지는 기분이다.


겨울에도 강에 떠있는 오리들이

다리 동맥과 정맥을 무수히 주고받으며

온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우리들도 힘겨운 때마다

저마다 이겨내는 무기들이 있겠지.


기도라거나

달리기라든가

여행이라든가..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과 행복이

너무 빨리 사그라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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