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몇 번이라도

축하드릴래요 아버지

by 하이움

아버지 생신을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카드에 뭐라고 쓸까였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하기엔

어쩐지 너무 호들갑과 엄살을 떠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쓸 수는 없다는 기분이어서

평상시보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상상해 본다.

노년에 들어서면서 처음 해보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 생일이 마지막이 될까

내년 생일을 맞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들을 막을 수 없을 테고

거짓말로도 유쾌하다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최악은 이딴 생일 무슨 소용인가

울적해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마음속이 종종 거린다.


열심히 챙겨 온 생일카드는

기껏 덮어 놓은 아픔을 들추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할 수밖에 없고

아버지는 다 안다는 얼굴로

오히려 여느 때처럼 환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시리라


슬프지만 계속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좀처럼 그려주지 않는 아이에게

그림도 부탁한다. 아버지가 미소 짓길 기대하면서

시험공부도 한자리에 앉아서 하지 않는 아이가

할아버지를 위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진지하게 그려대는 모습이

어쩐지 대견하고 고맙고 가슴 뭉클해진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 버렸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반드시 건져 올려지는 것이 있고

삶의 구석 여기저기에는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 아버지에게 위로가 될까..


아이가 할아버지를 위해 사랑스러운 옆얼굴을 보이고

그 순간을 우리로 하여금 목격하게 하는 것

아마도 지금 내 아버지가 선물하는 소중한 순간이겠지만

정작 아버지는 무엇을 발견하셨을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우린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침묵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임도 알고 있다.


꽃으로 장식된 정원이나

칵테일이 놓인 테이블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모두들 명랑한 척하느라

얼굴을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을 것이고

위로의 말들만 한낮의 분수처럼 넘쳐 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가올 미래에 너무 맘을 두지 않으시기를

그래서 오늘 생일을

작은 축제처럼 즐길 수 있으시기를

눈부신 오후를 위해

기꺼이 나의 작은 손을 보태리라

꽃을 장식하고 술과 유리잔도 꺼내리라


생일카드를 고이 접고

여느 부모님이 좋아하시고

우리 부모님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현금이라는 보통의 선물도 챙겨서

나는 아버지집으로 간다.







(예상한 대로 아버지는 활짝 웃으시며 우릴 맞아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