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이 되어줘서 고맙습니다

My way를 바칩니다..

by 하이움

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아버지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요


어릴 적 항상 들었던 노래여서 그런지

이 노래를 들으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혹은 어딜 도착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지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가사를 몰랐을 때는

아버지가 알려주는 대로

이렇게 유명한 가수가 있었구나 싶었고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아버지랑 닮은 듯 보였고

지금은 노랫말이

어쩜 아버지의 삶 그대로일까 싶습니다.

그래서 언제 들어도 좋았지만

지난번 이 노래를 듣고 계신 뒷모습은

어쩐지 조금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등이 조금 쓸쓸해 보였던 기억이

또 하나 생각나네요..


내 결혼식인데도 남의 결혼식 마냥

그저 얼떨떨하고 소란스럽던 결혼식이 끝나고

‘자, 이제 정말 딸을 넘겨 드립니다. 잘 부탁합니다’ 식의

저녁 식사를 시댁에서 하던 날,

왜 내가 아빠 옆이 아닌 낯선 부엌에서

우리 아버지 상을 차려 드리고 있는 걸까

내 마음속에서도

아버지 마음속에서도

쓸쓸한 바람이 불던 그날..

한참 거실과 주방을 오가다가

문득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요

찾으러 나간 저는 담벼락에 서 있는 아버지를 이내 발견했지만

차마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어깨가 들썩거렸으므로..


휴우...


해가 사그라들고 어둠이 막 시작되려 하던 그때

옆집 마당에는 푸르스름한 수국이 가득했던가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그러나 아프게 목격한 초저녁의 기억은

몇 해가 지나도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는

어김없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꿈에도 모르시겠지요

딸이 그 모습을 봐 버렸다는 것을..

무슨 꽃이 저리 파란 것이 이쁘냐며

수국 구경을 하고 있었다고

시치미를 떼시기에 그냥 피식 웃고 말았지만

어쩐지 그날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염치없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울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사랑을 확인한 순간이었달까요

그래서 그날의 아버지 뒷모습은 너무나 슬펐지만

아름다운 보석처럼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반짝거립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아버지 마음속에 반짝이고 있을까요

그리 잘나지 못한 딸이어서

마음 무너지는 날들이 많았을 텐데

단 한번 내색도 않으시고.. 어찌 그리 사셨을까요

항상 괜찮다 잘한다 해주신 아버지

자식 키워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더 눈부신 날,

더 가슴 벅찬 날

많이 안겨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해요 아버지..


지금도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자식들을 달래느라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은 늘 나중인 아버지는 살면서단 한 번이라도

속 시원한 적이 있으셨을까요

시대라는 것이 그렇고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래서

참는 것이 인생이 되어버린 아버지


힘든 시대에 그리 힘들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 시대만의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도

한결같이 파란 웃음을 지으며

성실하게 일궈오신 아버지의 인생을 저는 존경합니다.


은빛 머리칼을 만지작 거리시며

노래가 끝나자

그래 나도 내 길을 잘 걸어왔다.

힘든 날은 물론 있었지만 모든 날들이 좋았다.

그야말로

It was my way

나만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다

후회는 없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내가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이 노래를 바치고 싶습니다.


커피를 끓이면 생각나는 사람

결혼기념일이 되면 그리운 사람

눈부신 날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

이 노래를 들으면

언제라도 눈물이 날 사람

아버지..

저에게 아버지가 그런 존재라 감사합니다.


어느덧 다시 계절이 돌아왔네요

수국을 한 아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면

아버지는 그러시겠죠

네 결혼은

수국이 제철이었다고

....







쨍한 수국색에 아버지의 병이

세상의 모든 근심들이

놀라서 저만치 달아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