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절할까요

모두 힘들게 싸우는 중이니까

by 하이움

아무리 가기 싫어도 일단 가면 반은 성공,

찔끔거리는 콧물에 일주일 쉬었더니 요가를 갈 수 있는 보통의 일상이

다시 특별해졌다.

인생이란 결국 이렇게 보통의 날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분 좋게 요가 교실에 들어서면서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매트를 깔고

일주일만큼 굳었을 몸을 조심스럽게 느린 동작으로 풀어준다.

그리고 내 몸을 선생님께 맡긴다.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아이처럼 수업이라는 다소 강압적인 장치가 없으면

내 운동량은 도무지 발전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온 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나보다 젊은 사람, 요가를 오래 한 사람들이 많아서 수업 내용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최대한 그 양과 강도를 따라 하고자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되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

요가를 시작하면서 단 하나 내세운 다짐이다.

그렇게 60분가량이 지나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어 오직 몸에만 집중했다는

심플하지만 착실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온몸이 개운해진다.

모든 수련이 끝나고 매트에 누워 얼마간 휴식을 취한다.

만트라를 들으면 으레 떠올릴 법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이라든가

싱그러운 산을 배경으로 한 호숫가를 생각하면서 호흡에만 집중하면 된다.

사실 그 순간만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최고의 경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흠칫 놀란다.

느닷없이 눈물이 주르륵 나와 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나서는 만트라를 들으며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 때문인지 가끔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는 아니었다.

검지 손가락 끝으로 슬쩍 눈물을 훔치며 일어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주르륵...

당혹스럽다 여기면서 희한한 상상을 한다.


이대로 새어나간 눈물이 바닥까지 흘러넘치는 상상

발뒤꿈치가 젖고 허벅지까지 차오르고 가슴까지 차오르다

어느새 내가 눈물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

그래도 좋겠다는 상상..

내 눈물로 아버지의 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


마침내 싱잉볼이 울리고 나는 황급히 현실로 되돌아온다.

천정은 하얗고 익숙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눈물을 쓱 닦고 일어난다.

바로 그 순간이다.

나보다 더 벌게진 눈을 한 사람과 마주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아닌 척 해도 알아볼 것 같은 기분..

아니 나라도 알아봐서 다독거려주고 싶은 마음이 일렁거렸다.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 아마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 힘든 법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해야 할 이유가 아닐는지..

작정하고 숨긴 아픔들을 우리는 알 길이 없고 안다 한들 나눠가질 수 없다.

다만 친절한 눈빛을 보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가 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고로 친절할 것, 그렇게 놓쳐버렸던 것을 챙겨보고 싶다.


널려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삶의 진실 혹은 비밀을 건져 올린 것처럼 두근거린다.

언제나 그랬듯 아버지가 옳았다.

삶은 낚시하는 것과 닮았다는 아버지의 말..

바다에 그물을 치고 기다리듯 멈추지 않고 무언가 하고 있으면

건져지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아버지의 말..


결국 사람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만 진실한 공감이 확장되는 모양이다.


조금 전 눈이 마주쳤을 때 어쩐지 다 안다는 듯한 선생님의 깊은 눈빛은 나의 착각일까

착각이라고 해도 한순간 위로가 되었고

언젠가 나도 젖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면 똑같이 기도해 주리라..


두 손 모아 합장을 해 인사를 나누고 매트를 정리한 뒤 유유히 밖으로 나온다.

한낮이다.

새빨간 한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