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나의 달리기

에필로그

by 하이움

나는 블로그라든가 인스타 등

소위 소셜네트워크라는 걸 전혀 하지 않는다.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잠깐 해본 적도 있었는데

-다시 할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까운 주변인들이 들여다보는 글은

좀처럼 솔직해질 수 없었다는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랄 수 있겠다.

겉은 명랑하지만 실은 소심한 성격일 수도 있고

글과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하는 수고로움이 싫기도 하고

일단 소재를 정하는데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울적한 이야기는 가족의 걱정을 샀고

여행글은 떠나지 못하는 자들을 자극시킬까 봐 신경 쓰였고 상상의 글마저도 주변의 호기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래저래 겁이 많고 소심한 나로서는 도저히 태평스럽게 하기가 힘들었달까

그랬기에 브런치는 나의 숨통 같은 곳이다.


익명으로 비로소 솔직할 수 있었던 나는

어떤 글로 시작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으면

한발 내딛기 힘들 것 같아서 쓰는 나도 읽어주는 분들도 힘들 거라는 알지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서 고백한다.

요즘 달리기를 통해서 마음 챙기는 것이

유행인 듯 하지만 운동에는 좀처럼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브런치가 나의 달리기이고 마라톤이다.


브런치를 통해서 힘든 시간을 지나왔고

여전히 지나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소소한 즐거움은 분명히 손에 쥐어진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배짱과 여유를 챙겼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평소에도 가끔 편지를 하는 편이지만 이번 연재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마음들도 담겨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그날의 기억들을 일일이 되짚어야 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마음껏 생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가능하다면 책으로 묶어서

선물해 드린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작가 비슷한 일을 했을 때

그렇게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열심히 썼다. 부디 블로그가 되지 않도록 애쓰면서..




종이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었습니다.

밝고 명랑한 글이 아니어서 힘들었을 텐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내 글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기꺼이 작가로 만들어주신

브런치 관계자님들께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전화를 드리면

늘 괜찮다, 고맙다가 입버릇이 되신 아버지처럼

괜찮다 생각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처럼 시련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사랑하는 아버지께 제 마음을 전하며

저의 첫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