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주 오래전
일본을 일 때문에도 가고
여행이 하고 싶어서도 가고 하던 때
지금처럼 여행객들이 많이 없을 때
드라마에서 봐두었던 장소라든가
책에서 읽었던 동네들을
짐작하면서 산책하는 시간은 아주 즐거웠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다 생각이 날 정도로 사랑스러운 날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것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쇼핑을 하고..
심심하겠다 외롭겠다는 생각보다는
어, 우리와 좀 다르네?
이것도 나름대로 분위기 있네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때
그게 혼밥이니 혼술이니 유행어가 붙기도 전
그냥 다른 나라 다른 문화로만 보이던 때
일본은 혼자 다니는 것이 좋은가보다,
어쩐지 근사해 보여!
‘언젠가 나도’라는 로망이 생기기도 했다.
학교든 회사든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정서가 워낙 강하다 보니까
나머지 시간은 긴장을 내려놓고도 싶을 것 같다.
조용히 혼자서...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아,
라는 느낌으로..
타인을 흘깃거리지 않고
여럿이든 혼자든 저울에 잰다고 해도
똑같은 무게일 것 같은 친절이 배어 있고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넘쳐나는 분위기, 그건 부러운 일이었다.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다니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거나
불편하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니까..
2인 테이블이 죽 놓인 카페에
원래 그래 왔다는 듯
당당히 들어가 '오늘의 정식'을 시키고
책을 꺼내 들었던 기억은
지금까지 짜릿한 추억으로 남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기 전,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서
나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 다시 생기면서
혼밥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다만 여행지에서 혼밥처럼
흥분이 된다거나
일일이 감탄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아라는 느낌으로
나는 혼밥을 즐긴다.
함께하는 점심도 즐겁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래 육아를 하면서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끼리 죽이 맞으면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다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려서
그럴 때마다 아이 친구와 엄마들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러는 동안
혼밥의 시간이 그리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은 그런 것이다.
가기 싫은 곳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드라마를 정주행 한다거나
새로 사둔 책들을 펼쳐놓고
느긋하게 혼밥 할 때의 기분이란
너무 은밀하고 달콤해서 잠깐동안은
삶이 완벽하다고 착각할 정도다.
그때마다 찍어둔 사진들을 활용해
짧은 연재를 해보면 어떨까
조금 과장되게 '셰프'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소박한 음식들 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요리라고는 볶음밥 정도밖에 할 줄 몰랐던 내가
결혼과 육아라는 시간을 통과하면서
요리하는 것과 음식을 꽤 즐길 줄 알게 되었으니
홈셰프가 아닐까.
어차피 인생은 제맛에 사는 거니까
나 스스로 그렇게 치켜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매일의 밥을 축제로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