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혼밥 하다 셰프 됨
파스타를 삶기 위해 물을 끓이면서
한 꼬집의 소금이 과연 맛을 좌우를 할까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결국 소금을 넣어버린다거나
딜이나 파슬리를 다져 넣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재료는
언제나 레시피를 따라잡지 못해서
그 재료가 없으면 맛이 달라질까
불안해하면서 빈약한 재료를 볶기도 하고
꼭 정확한 양을 계량해야만 하는 걸까
찬물에는 반드시 헹궈야 하는 걸까
빵을 만드는 순간이나 나물을 데치는 순간에도
고민하고 머뭇거리다가 끝내는
요리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략하는 대범함.
그런 날들이 결국은 다 즐겁다.
소소하게.
요리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왕초보일지 몰라도
감사히 여기고 즐기는 순간만큼은
5성급 호텔을 드나드는 미식가 못지않았다.
요리하는 내가 좋고
무엇보다 뭐든 잘 먹는 내가
언제나 식욕이 왕성한 내가 감사했다.
여행의 찐 묘미는 자기와 떠나는 여행이라지만
여러 가지 맛도 볼 수 있거니와
그 맛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을 선호해서
정작 여행지에서는 혼밥을 피하는 편이지만
일상에서는 혼밥을 즐긴다. 적극적으로.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혼자 무슨 밥이냐
누구라도 만나서 먹으라고 걱정스레 말하지만
홀로 온 집을 차지하고 앉아
먹고 싶은 걸 내 속도로 먹는 맛은
좋은 사람들과 북적대며 먹는 것만큼이나 즐거운데
혼자 보내는 시간은 아무래도 싫다는 사람은
아마 절대 모를 맛이다.
그래서 나는
‘끼니를 챙겨 먹는다’는 말보다
‘밥을 차린다’는 말을 좋아한다.
매일을 끼니를 때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상을 차려낸다는 기분으로 정성을 기울인다.
혼밥이든 누군가를 위한 밥이든
상 차리기 앞에서는, 무엇보다 음식 앞에서는
그 마음이 한결같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가짓수는 적을지라도 그 정성만큼은
나만을 위한 밥이라 해도 결코 허술할 수는 없다.
상상해 보라, 세상의 모든 밥을..
생각만으로도 짐짓 겸허해진다.
혼자든 여럿이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식사를 야무지게 확실히 즐긴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운 색으로 빛날 것이다.
어떤 날은 쓸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바빠서 대강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초대한 손님을 생각할 때처럼
나를 위한 식사 준비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감동을 줄 것인지 살핀다면
혼밥의 시간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많은 날들을 살아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살아온 날만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감사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삶의 열의를 잃으면 안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먹어야 할 것이다.
물론 예전과 같은 양을
예전과 같은 감동으로 먹을 순 없다.
슬퍼할 필요는 없다.
저항해 봐야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늘어간다.
그냥 순하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한은 아무 일이 없을 것이고,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어떤게든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용기도 얻어 갈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여기면서
나를 다독이며 살아내다 보면
눈부신 가을날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핑크빛으로 보이는 날과 재회하기도 하겠지.
요리가 늘면서 혼밥이 늘었는지
혼밥이 늘어서 요리가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요리를 하고 먹는 시간을 즐기면서
시시한 일상들을 건져 올린다.
정성이 들어간 밥이란
삶을 좀 더 낙관적으로 바꿔놓기도 한다는 것을 여전히 믿으면서.
혼밥을 하면서 문득 떠올랐던 생각들을 연재로 묶어 보았습니다.
새삼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
내 마음을 다시 열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혼밥이라도 한상으로 먹고 싶었던 날,
정식을 흉내 낸 한상과 간단한 디저트 소개할게요~
1. 어제 남은 반찬들이지만 하나하나 따로 담으면 그럴듯해 보인답니다.
2. 고등어를 굽고 된장과 미림을 섞은 소스를 끼얹어 접시에 담습니다.
3. 밥에 깨소금과 파래가루를 뿌려 기분을 업 시키면 완성.
*생선구이를 먹은 날은 달달한 것이 당기잖아요, 휘핑크림만 있으면 간단 완성되는 디저트 소개할게요.
설탕과 버터가 듬뿍 들어간 디저트가 부담스러울 때 종종 만들어 먹는 디저트랍니다.
1. 오븐에 식빵을 노릇노릇 굽는다.
2. *휘핑크림을 충분히 뿌리고 무화과 키위 블루베리등 좋아하는 과일을 컬러를 생각하면서 올리고
메이플 시럽을 뿌려주면 건강하고 상큼한 디저트가 됩니다~
*휘핑크림은 스프레이 타입으로 간단하게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