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착하지 않다.

그래도 착한 척은 할 수 있다.

by 밤공기

지하철역에서 비틀거리는 아저씨를 보았다.

노란색 경계선을 밟으면서 외줄 타기 하듯 비틀비틀.

그러더니 털퍼덕. 기다란 의자 위에 누워 버렸다.


'보나 마나 과음하셨겠지'

도와주기는 싫다. 나는 그 정도로 착하지 않다.


"저기요. 저 아저씨 저러다가 죽는 거 아니여?"

옆에 있던 아줌마가 나를 향해 물어본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지? 못 들은 척해야지.


"저기요. 저기요."


"네..."


"저러다가 저 아저씨 죽는 거 아녀? 구급차를 부르던가. 경찰에 신고하던가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아주머니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하세요. 왜 저한테 짐을 떠 맡깁니까? 라고 말할 뻔했지만,

"그냥 술 많이 드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했다.

"어휴. 그래도 저렇게 내버려 두면 위험해 보이는데?"

뜬금없이 내 앞에 던져진 퀘스트. 부담이 되어 동료를 찾으려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들 악착같이 핸드폰만 보고 있다. 글렀다. 혼자 해야 한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아저씨! 괜찮으세요?"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정장 입은 아저씨.

침착하자.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는 긴급상황 번호를 찾아 전화했고, 직원을 불렀다.

직원이 도착했을 때 즈음에, 내가 타야 할 지하철은 떠나갔고

퀘스트를 던진 아줌마는 의리도 없이 먼저 갔다.


너무하네. 칭찬이라도 해주던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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