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글쓰기 초보자의 첫 작품 분석글
작품의 오른쪽 위편에 빛줄기 하나가 내려와 식탁에 앉아있는 남성들을 비춘다. 식탁에는 다섯 명의 남성이 둘러앉아있고 그 옆에는 두 남성이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다. 서 있는 자들 중 한 명은 식탁 가운데에 앉아 있는 남성을 단호하게 가리키고 있다. 지목을 당한 남성은 놀란 눈을 하고 자기를 가리키는 것이 맞느냐는 듯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성 마태의 소명>은 예수가 마태를 제자로 불렀던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식탁 가운데에 앉아 지목을 당한 남성은 마태고 손을 뻗어 마태를 지목한 사람이 바로 예수다. 예수의 옆에는 예수의 첫 번째 제자, 베드로가 함께 서 있다.
<성 마태의 소명>은 로마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 교회의 콘타렐리(Contarelli) 예배당에 걸리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카라바조는 마태와 관련하여 이 작품뿐만 아니라 <성 마태와 천사>, <성 마태의 순교>까지 세 작품을 발표하였다. 카라바조가 활동했던 17세기의 이탈리아는 카톨릭 종교의 영향이 지속됐던 시기이다. 때문에 미술작품도 종교화가 주를 이뤘는데 당시의 종교화는 시민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작품 속에 명암대비를 활용하여 세속은 어둠으로, 성스러움은 빛으로 표현하였다.
카라바조는 빛을 이용한 명암대비를 가장 잘 활용한 화가 중 한 명이었는데 카라바조 빛 표현의 독특한 특징은 바로 자연광이 아닌 인공적인 빛을 활용했다는 것이었다. 무대조명과 같은 인공적인 빛은 주인공을 더욱 부각시켜주어 더욱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 이 작품에서도 작품 속 빛이 마태의 얼굴을 비추어 예수가 마태를 ‘선택’하였음이 더욱 강조된다. 또한 빛은 예수의 머리 위로 비춰 예수를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보이게 하고 마치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바로 마태가 소명을 받은 장소이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 중 두 명은 식탁 위에 놓인 동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이를 보아 이 식탁은 도박판이 벌어지던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예수가 마태를 부른 숭고한 순간의 장소로 세속의 공간인 도박판을 설정한 것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같은 순간을 다룬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서는 마태가 경건한 장소에서 경건한 장소로 부르심을 받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카라바조는 20살 때 로마로 건너가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려서 팔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이때 로마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길거리에는 매춘부와 걸인들도 많았는데 카라바조는 그림을 그리며 평범한 시민들을 많이 관찰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카라바조의 종교화에는 성스러운 인물들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고귀하다고 느끼는 사랑이나 아름다움 등의 가치에 대해서 강한 환상을 가지고 그 모습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에 치중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듯이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카라바조는 평범한 거리의 모습으로도 그 가치를 표현할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