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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y 05. 2023

2023년을 맞으며!

창업일기 #15 - 2023년 1월 22일

2023년 1월 22일, 오늘은 설이다.

딱히 무슨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단지 4일이라는 긴 연휴가 생겼는데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간 미뤄온 “바바정” 글을 한 편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토요일 새벽에 전남 보성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셨다. 그래서 반려견 호두가 부모님 집에 혼자 있게 되어 내가 와서 돌보는 중이다. 우리 집은 언제부턴가 명절을 그다지 중요치 않게 여기기 시작했고, 이렇게 순전히 차례를 지내지 않고 넘어간 건 처음이지 싶다. 이 편이 나도 더 좋다.



지난 글을 적은 날짜가 2022년 2월 13일이더라. 엊그제 적은 것 같은데 그게 벌써 작년 이맘때던가. 어느덧 또 1년이 지났다. 다행히도 회사는 아직 잘 살아있고 난 여전히 회사에 모든 에너지의 80%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회원 수, 거래액, 매출액, 직원 수 등 모든 지표가 작년에 비해 100% 이상 성장했고, 매출액은 거의 10배 정도 늘었다. 2021년 매출액이 워낙 낮아 10배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초기 네트워크, 자본 등 그야말로 무(無)에서 시작한 회사가 만들어 낸 결과이기에 의미 있게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중년 여성에게 맞춤화된 여가 상품을 제공하는 앱 서비스 <노는법>을 만들고 있다. 2019년 중기부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돼 초기 개발 자금을 얻어냈고 2019년 12월 19일에 법인 설립, 2020년 1월 16일에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2020년 1월부터 Covid-19이 본격적으로 우리 일상을 덮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상품을 다루는 서비스는 줄줄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20년 8월 베타 서비스를 런칭했고 어떻게든 운영하려 노력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도 모객을 위한 홍보조차 할 수 없었다. 광고를 돌리면 댓글에 욕이 달릴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안 좋은 반응이 달리면 바로 광고를 껐다. 이렇게 모든 산업이 어려울 것 같던 이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유례없이 호황기를 맞던 시기다. 강제적인 사람들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스타트업은 엄청난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받고 직원을 늘려갔다. 하지만 오프라인 상품을 취급하던 우리 팀은 2021년 모든 투자와 지원사업에서 떨어졌다. 천만다행이도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2021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2022년 4월, 외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며 <노는법> 거래액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4월부터 9월까지 매월 거래액이 성장했고 9월에는 목표했던 월 거래액 5천만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의 13회 초기관광벤처기업에 선정되어 개발 자금을 지원받았고,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Nest 12기에 선정되어 다양한 AC/VC와 만났다. 이와 동시에 지자체 / 농촌진흥청과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모두 멋진 퍼포먼스를 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2022년 12월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공덕의 프론트원(Front1)에 입주하게 되었다. 라운지, 회의실 등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건물을 굉장히 저렴하게 1년 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론트원 입주사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팀원들이 밤낮없이 몰두해 주어 2022년 초기에 세웠던 계획의 9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나머지 10%는 내가 달성하지 못한 것인데, 바로 투자 유치다. “이 정도 지표 나오면 시드 투자 유치 가능하니 조금만 더 파이팅 해줘!”라고 했던 게 민망하게, 팀원들은 해당 수치를 만들어 주었으나 결국 나는 2022년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많은 AC/VC를 만나 IR을 진행했고, 최종 단계까지 간 곳도 2곳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투자 유치가 어려웠던 이유는 아이템이나 성과 지표, 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자인 내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기엔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종 단계에서 Deal이 종료된 건 더욱 그 영향이 클 것이라 짐작한다. 난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이전 창업(Exit)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기술이나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표자의 부족한 신뢰를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만들면 된다. 투자 유치 없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회원과 매출, 거기에 투자금을 통한 확장 전략까지 나오면 그것이 곧 신뢰가 된다.


코로나가 끝나가니 곧이어 초 고금리 시대가 왔다. 정말이지 지독한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2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초 고금리 시대가 끝나면 유토피아가 올까? 어떤 형태로든 어려움은 또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2023년 사업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최저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해도 이자가 정말 후덜덜하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사업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에 너무도 감사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올해 팀원을 5명까지 늘렸고 전년 대비 매출 5배 이상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어렵게 살자고 회사 뛰어나와 사업 시작한 게 아닌가.



가만 보자. 내가 대한항공을 퇴사한 게 2017년 9월이니 퇴사한지 5년 하고도 4개월이나 됐다. 아직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지 않으니 5년 4개월 동안 무급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하루에 12시간~15시간씩 일 하면서 말이다. 지금 급여를 받지 않는 이유는, 내가 받을 급여만큼 회사가 더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활비는 그간 퇴직금으로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강의를 통해 번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진 않은지 묻는다면, 어렵고 힘들다! 이따금 벌려놓은 일을 보며 문득 엄청난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거 괜찮은 건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36살인 내 친구들을 보면 아이들이 벌써 말을 하고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한편 나는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았고 모아둔 돈도 없다.


결국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꾸준히 걷기 위해선 나를 지탱할 수 있는 “의미”가 너무도 중요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위험한 삶을 사는 것일까. 내 대답은 결국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라고 말하고 싶다. 투명하고 안전한 미래보단 불투명하고 불안전한 미래를 원하고, 책임 아래 있기 보단 책임지는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군가 잘 만들어 놓은 아스팔트 도로와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비포장도로가 있다면 어떤 동식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비포장도로에 엄청난 호기심을 느낀다. 예측 가능한 퍼포먼스를 만들 바에 위험을 지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위험”은 철저하게 내 컨트롤 안에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없다면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실행하고 싶고, 내가 속한 사회와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성장을 이루고 싶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나를 믿어주는 이들과 함께 느끼고 나누길 바란다.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결국 2023년도 열심히 하자는 자기 다짐이다. 내가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헤어지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게 잘하자는 것이다. 헤어진 커플을 보면 꼭 잘 못한 한 쪽이 후회한다. 회사가 잘 안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자신 있게 “할 만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행하자. 그럼 리스크는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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