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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Nov 11. 2021

예술로 돈 벌 수 있을까?

'춤추는 에세이스트' 쥬비아와의 예술로 돈 버는 이야기  

       



돈터뷰 5 _ '춤추는 에세이스트' 쥬비아 (29세, 프리랜서 1인 기업가, 카니발 댄서/ 춤 테라피 교육) 

      

     


1. 돈터뷰의 공통 질문이에요. 쥬비아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연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옆에 오래 머물도록 섬세하게 대해줘야 하는 존재요.      



2. 원래부터 돈에 그렇게 긍정적이었나요저도 그랬지만원래 예술하는 친구들은 돈을 잘 모르는데.      


 맞아요(웃음) 저도 불과 2~3년 전 만해도 ‘돈’이라고 하면 그냥 너무 어려운 것, 나에게는 없어서 힘든 것, ‘결핍’ 같은 단어를 떠올렸는데 지금은 확실히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작가님처럼 저도 지난 2년간 돈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이제는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조금 깨달은 것 같아요.     



3. 현재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나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비대면 수업으로 ‘즉흥 춤 모임’이라는 명상과 춤을 결합한 수업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오늘 하루 내가 느낀 감정, 가령 외로움이나 열등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것을 소재로 춤을 춰 보는 프로그램이죠. 이렇게 자신 안의 그림자를 보게 되면 뭔가 치유 받는 느낌, 내가 확실히 존재하는 느낌을 받으신다고 해요. 일종의 춤 테라피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에는 공공기관에서도 ‘카니발 댄스’와 ‘홈트 대신 홈춤’이라는 주제로 누구에게나 쉽고, 가볍게 따라 할 수 있는 댄스 수업을 가르치고 있어요.     



4. 좋아하는 예술 활동으로 돈을 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한 달에 대략 얼마 정도 벌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현재는 매달 200~250만 원 정도를 벌고 있어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5. 예술과 돈이 같이 가는 게 정말 힘든데 어떻게 그 둘을 결합할 생각을 했나요?     


제가 예중-예고-예대 수순을 밟은 전형적인 예술인이 아니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저는 무용을 23살에 시작했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채로 시작한 것이라 항상 그 둘에 대한 고민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요.      


저희 부모님은 조금 특이한 교육관으로 저를 키우셔서, 저는 중학교까지만 일반 학교를 다니고 그 후로는 홈 스쿨링을 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원하는 공부를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길 바라셨어요. 그렇게 22살까지 강원도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도와 일하다가 23살이 되었을 때 진지하게 앞으로 10년을 걸고 해볼만한 나의 천직이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해봤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춤이더라구요. 아직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에 축제 같은 데서 음악이 나와서 사람들이랑 다 같이 막춤을 출 때,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길로 바로 무용을 전문적으로 배워보자 생각하곤 캐리어 하나 끌고 서울로 왔어요. 그때가 23살되던 해, 1월이었고 입출금 통장에 달랑 40만 원이 있었어요.      


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서 탱고 학원에 갔어요. 낮에는 뷔페집이나 카페에서 일하고 저녁에 3-4시간 춤을 추다보니 몸이 너무 힘들어 결국은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사무직을 찾아 회계사무 일을 했어요. 그렇게 2년 가까이 일과 춤을 병행했지만, 결국 그 학원이 문을 닫았어요. 춤을 추는 것은 너무 행복했지만, 확실히 이 길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구나를 그때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탱고가 너무 좋았지만, 상명하복의 한국적인 교육방식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예 남미로 가보자 결심했어요.     


다채로운 카니발과 흥과 열정이 넘치는 그 문화가 정말로 실존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1년간 죽어라 돈만 보고 숙식 제공을 해 주는 시골집에 가서 나물 캐는 일도 하고 여러 알바를 하면서 1년 동안 1,200만원을 모았어요. 그 돈으로 바로 콜롬비아에 가서 현대무용과 발레를 배웠고, 저녁에는 카니발 무용단에 들어가서 카니발 댄스를 배웠어요. 다행히 콜롬비아는 남미에서도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월 30만 원으로 생활할 수 있었어요. 물론 아주 알뜰하게 살았지만, 1년 뒤 한국에 돌아오니 통장 잔고가 5만원밖에 없더라고요 (웃음)          



6. 한국에 와서는 무엇을 했나요?     


일단 콜롬비아에서 굉장히 자신감을 얻어 왔어요. 거기에서는 누구도 ‘늦다’란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23에 시작을 했다 해도 멋있다, 잘 했다, 춤은 언제든 출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저 역시 춤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와서도 바로 무용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늦게 시작한 저를 좋게 봐주는 단장님을 만났어요. 저도 정말 열심히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주말 알바를 하며 평일 5일은 계속해서 춤만 췄어요.      


문제는 무용을 배우는 저도, 가르치는 선생님도 서로가 열정이 너무 강해서 몸을 너무 혹사했어요. 그러다 보니 온몸의 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내리막길도 못 걷고, 팔을 들지도 못하게 됐어요. 한 달을 울었던 것 같아요. 늦게 시작한 터라, 더 열심히 했던 건데 결국 무릎 보호대를 하고 테이핑을 감고 다니니 이러다가 영영 춤을 못 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어떻게 하면 지혜롭게오래 춤을 출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는 엄마와 언니가 사는 집에 얹혀살면서 주말 알바를 하며 50만 원정도를 벌었는데 교육비랑 생활비가 그래도 최소 60만 원은 나갔거든요. 엄마와 언니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고, 엄마도 가난을 벗어나서 빨리 돈을 벌겠다고 다단계를 하시다가 결국 돈을 날리고. 그때 차곡차곡 쌓여왔던 가난의식과 열등감이 폭발했던 것 같아요. 무용을 늦게 시작했다는 열등감, 경제적인 어려움, 체력적인 한계가 한꺼번에 와서 정말 삶에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 왔어요. ‘디지털 세계’를 잘 이용하면, 일단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예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자본금도 들지 않고요. 그래서 먼저 SNS 마케팅에 대해서 컨설팅을 해 주는 업체에 찾아서 콘텐츠 만들고 홍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급한 마음에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단시간에 팔로워 늘리는 법, 조회수 올리는 법, 팔리는 글쓰기와 예쁜 사진 찍기 등에 집착했었는데 하나씩 그걸 다 신경써 콘텐츠를 만드려니 너무 진 빠지고, 쉽게 슬럼프가 왔어요. 그렇다고 바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요. 무엇보다 저는 저의 재능 즉, 무형의 자산을 파는 사람이라 상품판매방식의 브랜딩/마케팅과 완전히 같지 않단 걸 알았습니다. 저만의 컨텐츠를 잘 만들어서 천천히 잘 알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무용단에서는 이런 활동을 옳지 않다고 하셨어요. 예술을 등한시한다고 생각하시고, 돈을 쫓는 것 자체가 이미 예술과 길이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무용단 연습생 생활과 SNS 콘텐츠제작을 병행할 수 없어 무용단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가슴 아팠지만, 기존의 현대무용계에서 그 안에서만 작품을 만들고 소수와 만나는 것보다 더 대중에게 춤을 알리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무용계를 떠나 계속 제가 알리고 싶고, 하고 싶은 춤에 대해 다시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인스타그램에는 이제까지 제가 해왔던 활동들을 해쉬태그와 함께 꾸준히 올렸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제 인스타를 보고 어떤 분이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다고 쪽지가 왔어요. 하지만 그때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현대무용에 관한 제 글을 보고는 꼭 저에게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그럼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는 내가 판단하지 말고 그분에게 판단 받아보자 싶었어요. 그분은 글을 쓰시는 분이었는데 재능 교환으로 수업을 시작했죠. 그때 제가 브런치 작가에 7번 도전해서 7번 떨어졌던 때였거든요(웃음)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춤을 가르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분도 굉장히 만족하셨고 돈을 내고도 듣고 싶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되고 학생들을 모집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 늘어나고 공포심을 갖고 있을 때(작년 여름)라 꾸준한 오프라인 수업이 불가능했어요. 온라인 수업을 해 보라는 조언도 들었는데, 일단 비대면 수업에 있어서 제가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과연 춤을 온라인으로 가르칠 수가 있는 걸까? 하고. 그런데 코로나가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으니 그럼 일단 이것 역시 해보고 판단해보자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온라인으로 전달 가능한 방법을 찾게 되고, 오프라인보다 참여자의 부담이 현저히 적어 편리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비대면 수업쪽을 좀 더 심도 깊게 진행해 보자 싶었어요.

     

현대무용은 바닥에 구르는 게 많고 하니 온라인으로 전달하기가 어려워서 쉽고 단순하게 출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제가 콜롬비아에서 배웠던 카니발 댄스가 떠오르더라구요. 정말 몸치도 출 수 있는 춤. 춤을 잘 추는 사람, 금방 잘 따라오는 사람보다 정말 춤에 ‘ㅊ’도 모르는 사람, 춤은 정말 추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온다는 분, 그런 분들이 더 애정이 가요. 그런 보편적인 분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뭔가 규격화 되어 있거나 기술적으로 몸을 쓰는 무용이 아니라 원초적인 흥과 열정만 있으면 되는 그런 춤을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 춤에는 역시 카니발 댄스가 제격이라고 생각했고요. 일단은 탈잉같은 재능 마켓에 먼저 클래스를 열어 인스타에서 사람들을 유입해 왔습니다. 인스타로는 #댄스 #취미댄스 이런 키워드를 검색해서 춤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댓글을 남겨 저와 제가 하는 춤을 알리기도 했고요. 초반에는 노동하듯 소통작업에 시간과 정성을 들였던 것 같아요.     



7. 공공기관에서 하는 수업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공공기관에서 신기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어요. 제가 인스타와 브런치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었는데, 크몽/탈잉에 올린 재능마켓 수업을 보고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공공기관에서는 네이버로 써치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일단은 #카니발댄스 로 검색을 하면 제가 유일해 검색키워드를 독점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초등학생들부터 성인들까지 기관의 요청으로 출강을 하니 수입이 점점 안정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8. SNS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염두해 둬야 할 점은 뭔가요?       



일단 저처럼 만들어진 상품 판매가 아닌 재능이라는 일종의 무형의 가치를 파는 사람에게 ‘잘 팔리는 글쓰기’ ‘예쁜 사진’은 크게 소용이 없습니다. 설령 그렇게 떴다고 쳐도 그 인기는 아마 오래 가지 못할 거예요. 결국에는 통하는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빨리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 나만의 속도로 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SNS에서도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진이라도 괜찮으니 대신 꾸준히 올리기. 너무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 하지 말고 30분 내로 써서 가볍게 자주 올리기. 초반부터 너무 열과 성의를 다 해 버리면 다음 컨텐츠를 만들 기력이 빠져 버리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무관심에도 신경 쓰지 말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매일, 가볍게.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천천히 모아 가기.           



9. 예술로 돈을 벌고 싶은 예술인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같은 게 있을까요?


      

내 실력이 부족하다 생각하지 말고, 춤이던 글이던 SNS에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꾸준히 올려서 본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보세요, 그런 기록들이 누구를 만나, 어떻게 뻗어나갈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거든요. 예상 보다 훨씬 다양한 길들을 만날 수 있어요. 스스로 성장한 모습도 자연히 기록되고요. 모든 예술가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듯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자신과 자신의 작업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보라고 하고 싶어요.       



10. 이어서 2030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정신적 성숙과 물질적 풍요를 등한시하지 않는 친구들, 그 균형을 맞춰가는 친구들을 곁에 많이 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 역시 혼자만의 힘으로는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아요. 돈 벌어서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자’라고 말하는 친구들과 함께 건강한 경쟁의식으로 의지하며 왔기에 꾸준히 해나갈 수 있었죠.     

저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 좋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환경을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마케팅 및 브랜딩 교육기업 ‘순간랩’에서 만난 친구들과 공부도 같이 하고, 마음 이야기도 터놓는데 그중 한 명이 어피티 머니레터를 알려주기도 했어요.     


머니레터를 통해서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김얀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김얀 작가님 SNS에 댓글로 저의 존재를 꾸준하게 알렸고, 그렇게 작가님과 그 주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됐죠.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가져다준 거예요.

     

정신적인 성장과 물질적 성장 모두를 도와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친구들을 곁에 두세요. 가장 가까운 사람 5명의 평균이 현재의 자신이라고도 하니까요.





쥬비아님의 브런치 바로가기 : 춤추는 에세이스트의 브런치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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